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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욱 한국경제학회장 "대선 앞두고 쏟아질 경제 이슈…정치 중립적 입장에서 검증할 것"

[서경이 만난 사람-정진욱 한국경제학회장]

'공약 현미경' 팔 걷는 경제학회

생산성 향상 거대 담론 논의할 때

하반기 핀테크 등 7~8개 포럼 계획

정진욱 한국경제학회 회장(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오승현 기자




“내년 초 대통령 선거가 있어 올해 하반기에 경제 이슈들이 많이 제기될 텐데 피할 생각은 없습니다.”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제학회 회장인 정진욱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쏟아져 나올 경제 공약을 점검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한국경제학회는 회원 수만 5,000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경제 학술 단체인 만큼 차기 대통령의 공약이 될 수 있는 경제정책들을 면밀히 따져보는 동시에 우리 사회에 필요한 화두를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역할을 맡겠다는 것이다.

한국경제학회는 그동안 대선 국면마다 각 후보자 진영의 정책 담당자를 불러 모아 경제 공약을 놓고 토론하는 공론의 장을 열었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에도 학회 자체적으로 후보자별 주요 공약의 장단점을 평가하는 등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정 교수는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구조적으로 낮아진 생산성을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을지 등 우리 경제의 거대 담론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중립적 위치에서 한쪽 의견에 치우치지 않게 경제 이슈를 두고 토론하려 한다”며 “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경제정책을 가지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경제학회는 내년 대선 공약 점검뿐 아니라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다양한 정책 포럼도 계획하고 있다. 먼저 IBK기업은행과는 다음 달 28일 핀테크를 주제로 공동 포럼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11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플랫폼 분야 공정거래법 집행에서의 경제 분석의 역할과 방향’을 주제로 공동 심포지엄을 연다. 이외에도 국제학술대회, 경제교육학회 공동 포럼 등 하반기에만 7~8개 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소규모 학술 세미나도 틈틈이 이어갈 계획이다.



정 교수는 한국 경제학의 수준이 높아진 만큼 젊은 경제학자들이 10~20년 안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980년대부터 40년 동안 한국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경제학계도 연구가 축적돼 기초가 탄탄해졌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일본은 자국 안에서만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논문의 수준이 떨어졌고 중국은 공산주의라 경제학의 역사가 짧은 편”이라며 “국제적으로 보면 미국 다음으로 한국·영국·중국이 비슷한 수준인 만큼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경제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플로리다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이때 계량경제학과 관련된 표본 선택, 붓스트랩(bootstrap) 등을 주로 연구했다. 계량경제학은 경제에 통계학을 접목한 학문으로 정 교수가 대표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1991년 미국 에머리대 조교수, 1994년 아주대 교수를 거쳐 2002년부터 모교인 연세대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왔다. 미국·싱가포르·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학생들을 가르쳤던 경험도 있다.

널리 알려진 연구 업적으로는 ‘대형 소매점 영업 제한의 경제적 효과(Economic Effects of Sunday Shopping Restriction in Korea)’가 꼽힌다. 해당 논문에서는 대형 마트 영업 규제로 연간 소비 감소 규모가 2조 2,884억 원에 달한다고 지적해 주목 받았다. 대형 마트 영업 규제 소송 과정에서 서울고등법원이 판결을 통해 해당 논문이 광범위한 자료와 과학적 방법에 입각한 연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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