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공기조화(공조) 부품사인 한온시스템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에 LG전자가 불참했다. 반면 발레오·말레 등 글로벌 부품사와 블랙스톤·KKR 등 사모펀드(PEF)는 예비 입찰에 참여하면서 올해 최대 빅딜로 꼽히는 한온시스템 인수전이 외국계 회사 간의 경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 매각을 주관하는 모건스탠리와 에버코어는 이날부터 예비 입찰을 실시한다. 매각 대상은 PEF인 한앤컴퍼니(50.5%)와 한국타이어(19.5%)가 보유한 지분 70%다. 상장사인 한온시스템은 시가 기준 매각 대상 지분 가격이 6조 9,000억원에 달한다. 매각 측은 잠재 후보들의 부담을 고려해 참여자가 경영권에 해당하는 선에서 인수할 지분 규모를 자유롭게 써내도록 했다. 예비 입찰도 이날부터 일주일간 받은 다음 실사 뒤 적격후보(쇼트리스트)를 정할 예정이다.
한온시스템 매각 초반부터 국내에서는 LG전자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부상했다. LG그룹이 전장 사업을 주력 먹거리로 삼은 데다 LG전자는 모바일 사업 이후 새 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 1~2위를 다투는 한온시스템의 열관리 시스템은 내연기관 차량에서는 주력 부품이 아니지만 전기차에서는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업계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LG전자 내부에서 전장의 일부에 불과한 공조 부품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더 컸다. 매각가 6조 9,000억 원은 LG전자 전체의 현금성 자산에 해당한다. LG전자와 공동 인수를 추진해온 칼라일은 단독으로라도 입찰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베인캐피탈은 프랑스 부품사인 발레오·독일 부품사 말레와 각각 공동 인수 방안을 논의 중이며 이번 예비 입찰에 참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한온시스템에 이어 업계 3위인 발레오는 베인캐피탈과 지분율 및 발레오 내 구체적인 인수 주체를 협의하고 있다. 글로벌 PEF인 블랙스톤·KKR 역시 단독 인수 의지가 강해 응찰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초반 관심을 보였던 한라그룹도 이번 입찰에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LG전자의 재등장 가능성도 있다. 본입찰 이후 칼라일이나 다른 재무적 투자자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참여 의지가 초반보다 크게 낮아졌다”면서 “다만 본입찰 이후 조건에 따라 LG전자가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박시은 기자 seek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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