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신한은행이 파격적인 실험에 나선다. 기존의 디지털 서비스 특화 점포인 ‘디지로그 브랜치’를 리뉴얼하면서 ‘신한’ 브랜드 없이 ‘디지로그’만을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다. 보수적인 문화를 가진 은행권에서 기업이 아닌 하위 서비스 브랜드만 노출시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래형 혁신 점포를 통해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강조하는 ‘일류 은행’으로의 도약이 한 걸음 더 빨라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오는 7월 12일 서울 서소문지점과 인천 남동중앙금융센터점, PWM목동센터를 전면 개편해 디지털 점포로 문을 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점포에는 외부에 신한은행 간판이나 로고를 부착하지 않고 디지털 점포의 별도 브랜드인 ‘디지로그’만 내걸 예정이다. 마치 현대차의 ‘제네시스’처럼 그룹명 없이 개별 브랜드만으로 디지털 은행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부각하겠다는 시도다.
현재 서소문로 동화빌딩에 위치한 서소문지점은 인근 유원빌딩으로 옮겨온다. 공사 현장에는 신한은행을 나타내는 어떠한 표시도 없고 디지로그 브랜드와 오픈 일정만이 적혀 있다. 전부터 신한은행의 디지털 테스트베드로 운영된 서소문지점은 이번에도 새로운 도전의 첨병 역할을 맡는다. 지난해에도 서소문지점에서는 스마트 ATM인 ‘유어스마트라운지’에 이어 은행원과 화상 상담이 가능한 ‘디지털 데스크’ 등을 도입해 고객들의 반응을 테스트했다. 디지털 데스크는 높은 고객 만족도 속에 현재 10여 개 점포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디지로그 점포는 외관부터 운영 방식까지 기존 은행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서소문점의 경우 전면을 통유리로 꾸며 은행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게 제작하고 있다. 은행 벽면과 고객들이 대기하는 테이블에는 터치 스크린을 설치해 고객들이 은행 상품이나 다양한 정보를 경험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대기시간도 없애기 위해 100% 예약제를 도입하고 9월에는 인공지능(AI) 은행원도 배치할 계획이다. 초기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경제·경영·재테크 분야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인플루언서를 초청한 강연 프로그램 등도 준비 중이다.
새롭게 바뀔 서소문지점은 주변 지역의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의 직장인,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개인 고객 대상 디지털 시범 점포가 될 예정이다. 동시에 문을 열 남동중앙금융센터점은 인근 남동공단 사업주를 위주로 하는 기업 고객 테스트베드를 담당한다. 같은 날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PWM목동센터도 문을 열고 9월에는 공공 기관 점포인 한양대학교지점을 리뉴얼 오픈할 계획이다. 고객군을 특화한 4개 점포를 통해 고객 반응을 수용해 전국으로 디지털 점포를 늘려갈 방침이다.
갈수록 비대면 업무에 익숙해지는 고객들이지만 디지로그 점포에서 디지털 금융을 경험하면서 개인별로 특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은 단순히 상품 몇 개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금융 전반의 토털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다른 은행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진 행장이 강조해온 디지털 혁신 방안을 구체화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진 행장은 지난 1월 임원 회의에서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금융의 본원 경쟁력 위에 ‘디지털 시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인 디지털 리터러시를 더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특화 점포 외에도 하반기에 음식 주문 배달 애플리케이션 등 금융에 디지털을 접목하는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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