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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의지로 독서모임 시작했지만…이젠 직원들이 주도합니다"

[다독다독(多讀多讀) 더 행복한 일터]

<상>기업성장 동력 되는 독서경영

육아용품 기업 '꿈비' 박영건 대표

"회사가 힘든 순간마다 손 내밀어줘

책이 없었다면 현재의 꿈비 없어"

직원들과 운영위 만들어 독서활동

소통하며 개인·기업 목표도 키워

육아용품 전문기업 꿈비의 박영건 대표가 지난 25일 경기도 수원의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꿈비는 지난 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한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오승현기자




성공한 기업의 설립자나 CEO 중에는 ‘책벌레’나 ‘독서광’ ‘다독가’ 등의 별명을 가진 인물이 많다. 작고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이 그랬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한 빌 게이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등도 마찬가지다. 독서는 기업가 개인은 물론 기업 전체의 성공 발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독서경영이란 이름으로 임직원들에게 책을 권한다. 그런데 독서가 구체적으로 기업 성장에 어떤 영향을 준다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품는 사람들을 위해 독서경영 모범 기업으로 꼽히는 육아용품 기업 ‘꿈비’의 박영건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꿈비는 지난 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한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회사다. 박 대표는 “회사가 힘든 순간마다 책이 손을 내밀어 줬다”며 “책이 없었다면 현재의 꿈비는 없다”고 단언했다.

꿈비는 설립된 지 10년도 안되는 중소기업이지만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다. 베이비가드, 폴더매트, 층간소음 방지매트, 화장품 등 아기가 태어나 자라는 과정에서 필요한 제품들을 만들고, 국내는 물론 해외 19개국으로 수출 판매도 한다. 2016년에 37억 원이던 매출은 올해 260억 원으로 늘고, 내년에는 300억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처음부터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박 대표는 “4년 전 회사가 부도 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다”며 “당시 경쟁사가 짝퉁 제품을 싼 가격에 내놓으면서 매출이 매달 전월 대비 40%씩 급감했다”고 돌아봤다. 위기에 처한 회사에 도움을 준 것은 한 권의 책이었다. 박 대표는 “임직원 모두가 어떻게 해야 할 지 당황하고 있을 때 ‘브랜드 불변의 법칙’이라는 책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다 함께 책을 읽으면서 브랜드 지향점을 확실히 정하고, 흔들리는 마음도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16년부터 사내 독서 모임을 진행해 오던 박 대표는 이 최악의 위기 탈출을 계기로 독서경영을 체계화 하기로 마음 먹었다. 사내 독서운영위원회를 구성, 경영진과 직원 4~5명이 운영위원이 돼 임직원들의 독서 모임을 이끌도록 했다. 임기 6개월로 전 직원이 돌아가면서 맡는 운영위원들은 도서 선정, 독서 모임 안내 및 독려, 전체 독서 모임 토론과 마무리까지 사내 독서 활동을 완전히 전담한다.

육아용품 전문기업 꿈비의 박영건 대표가 지난 25일 경기도 수원의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꿈비는 지난 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한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오승현기자




박 대표는 “위원회 도입의 효과가 기대 이상으로 컸다”며 “실무 지식 습득 효과는 물론이고, 직원들이 서로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그는 “독서 토론을 할 때 직원들이 생각보다도 많이 자기 의견을 피력한다”며 “이 과정을 통해 직원들은 서로의 가치관, 성향 등을 파악한다”고 부연했다.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를 때는 협업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그로 인해 업무가 삐걱댈 수 도 있는데 독서를 통해 선소통한 결과 하나의 팀으로 화합해 일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독서활동 덕에 향상된 직원들의 의견 전달력은 내부 소통은 물론 외부와의 업무에도 도움이 됐다. 아울러 위원회에 참여한 직원들의 조직 소속감과 자기 주도 업무 능력도 제고됐다.

개인과 기업의 목표도 커졌다. 박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책 중 하나가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인데, 책을 읽은 후 그간 꿈을 작게 갖고 살았던 것을 반성했다”며 “꿈의 크기에 따라 기업 성장의 한계 범위도 달라진다는 점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꿈비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에는 직원들이 스스로 정한 목표로 꾸민 ‘꿈비 신문’이 한쪽 벽면에 큼직하게 걸려 있다. ‘2025년 해외 제2공장 신설’‘국내 최대 스마트 공장 탄생’‘유기농 스킨케어 북미 시장 장악’ 등 기업을 더 크게 성장시키겠다는 직원들의 야심 찬 목표가 담겨 있다.

박영건 꿈비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독서 토론을 하는 모습. 코로나 19 이후에는 4인 이하 소규모 독서 토론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사진제공=꿈비


아직 독서경영 도입을 망설이는 회사들을 향해 박 대표는 “제일 중요한 것은 CEO의 강력한 의지와 독서 활동의 지속 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입 초기에는 ‘일하기도 바쁜데 왜 이런 것을 하나’ 라는 직원 불만이 있을 수 있다”며 “이 때 독서의 필요성을 직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해 주고, 꿈비 사례처럼 직원들이 스스로 주도하는 독서운영위원회를 구성하면 좋다”는 팁도 전했다.

최악의 케이스는 “어설프게 시작했다가 그만두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는 CEO의 리더십에 상처가 되고, 경영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회의를 주관하거나 직원들과 대화할 때 책 내용을 꺼내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직원들이 독서에 동참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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