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8월부터 시행하는 소비진작책인 신용카드 캐시백(상생소비지원금)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비 여력이 큰 고소득자가 주요 타깃이라고 해도 대형 마트와 배달앱 사용이 제외되면 도대체 어디에 더 써야 하느냐는 불만인 셈이다. 정부가 명분에 얽매여 지나치게 까다롭게 제도를 설계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백화점, 대형 마트, 온라인쇼핑몰, 유흥업소 등의 사용 금액은 10% 캐시백 소비 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자동차 구매를 비롯해 대형 전자판매점, 골프장, 노래방, 오락실, 복권방, 성인용품점, 귀금속 업종, 4대 보험료, 교통·통신료 자동 이체 등도 빠진다. 가전과 가구는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가 아닌 소규모 업장에서 구매할 경우 포함된다. 대기업보다는 소상공인, 내구재보다는 준내구재·비내구재에 소비 활성화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서민들의 경우 주로 장을 보는 대형 마트와 외식 대신 집에서 시켜 먹는 배달앱(배달의민족 등)이 제외돼 실질적으로 지출 금액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카드 시스템에서 세세하게 사용처를 구분하기 힘들어 이 같은 방침을 결정했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의 경우 식료품과 공산품 외에 가전제품도 판매한다. 정부는 여기서 가전제품만 빼는 안도 고려했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고, 마지막까지 고민한 끝에 지역 상권 활성화 명분을 내걸어 제외했다. 배달앱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온라인쇼핑의 추가 장려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온라인 결제 중 배달앱만 따로 가려내기가 힘들어 캐시백 소비에 포함되려면 음식 배달 시 전화로 주문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가족들이 나가서 소고기라도 사 먹도록 소비를 유도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월 평균보다 3% 이상 증가한 사용액을 기준으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허들을 너무 높게 잡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통상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카드 소비가 증가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제약이 많다 보니 카드 캐시백 혜택을 받기 위해 가족 중 한 사람의 카드에 소비를 ‘몰아주기’하거나 등록금 결제 등 상당한 규모의 소비 시기를 전략적으로 조절하는 소비 행태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 소비자는 “50만 원을 쓰면 5만 원을 돌려받는 지역화폐가 보편화됐는데 카드 캐시백 효과를 누리기에는 너무 까다롭다”고 쓴소리를 했다. 정부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1조 1,000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고 1인당 15만 원 환급을 전제로 지원 대상을 730만 명으로 추산했다. 자칫 카드사 시스템 구축 비용만 늘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2분기보다 8~10월에 3% 이상 더 쓴 카드 사용액(신용카드·체크카드 등)에 대해 월 10만 원씩 최대 30만 원까지 카드 포인트로 환급해줄 방침이다. 예를 들어 4~6월 월 평균 사용액이 100만 원인데 8월에 153만 원을 썼다면 3% 이상에 해당하는 추가 사용액 50만원의 10%인 5만 원이 환급된다. 개인은 ‘주력 카드’ 하나를 지정하고 카드사는 모든 카드를 합산해 비교 기준액과 실시간 누적 사용액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포인트는 9월부터 지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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