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환원 제철 기술 100% 도입.’ 단일 업종 기준 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철강 업체를 무탄소 공정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정부가 내건 목표다. 한데 필요한 수소를 어떻게 확보할지는 말하지 않는다. 포스코가 무탄소 공정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수소는 375만 톤으로 2040년 국내에 공급될 수소의 71%에 달한다. 늘어날 수소 전기차와 연료전지 수요를 감안할 때 필요한 만큼의 수소를 확보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탄소 중립 요구에 수소 환원 제철 공법이 주목 받고 있지만 기술이 상용화될지 여부도 모른다. 된다 한들 수소가 부족하면 공장을 제대로 못 돌릴 수 있다”고 했다.
‘205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61.9%.’ 정부는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통해 2050년까지 500GW에 달하는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를 구축해 발전량을 769.3TWh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발전 단지를 늘려봐야 전력을 실어나를 송전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재생에너지 단지는 땅값이 싼 지방에 몰릴 수밖에 없는데 수요지인 수도권까지 전력을 보내려면 국토를 가로지르는 대규모 송전 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간단치 않은 일이다. 동해안에서 수도권까지 전력을 연결하는 송전로 건설은 주민 반발에 막혀 10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2050년 탄소 중립 달성.’ 청와대가 운을 띄우자 여당과 환경 단체는 보다 과감한 탈탄소 전략을 내놔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일선 부처의 고언은 묻히기 일쑤다. 시나리오를 작성한 실무 부처에선 “허점이 많다는 걸 우리도 잘 알고 있다” “일단 내놓으라니 만들긴 만들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추세를 외면하긴 쉽지 않다. 다만 장밋빛 목표에 취해 멀쩡히 돌아가는 공장을 멈추거나 전력 대란을 부추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글로벌 흐름에 발맞추면서 현실을 고려한 묘수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외면해서 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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