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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속속 이차전지 내재화…배터리 '장밋빛 전망' 경계해야

[한방 없는 'K배터리 전략']

배터리팩 무거워 물류비 부담

車업체 근처에 공장 지어야 해

국내 고용 창출 효과도 제한적





정부는 ‘K배터리 발전 전략’을 공개하며 “배터리를 반도체에 버금가는 산업으로 키워낼 것”이라고 밝혔지만 배터리 산업이 가진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경우 완성차 업체와의 ‘갑을 관계’가 명확한 데다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해외 사업장 근처에 공장을 지어야 하는 산업구조상 국내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크게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반도체는 10억 분의 1m인 ‘나노 공정’ 경쟁이 격화되면서 업계 간 기술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반면 화학 기술 기반의 배터리는 4대 핵심 소재인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질 등에서 경쟁 업체 대비 확실한 기술 우위를 점하기가 쉽지 않다.

8일 정부가 발표한 K배터리 발전 전략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소재·부품·장비 업체 30여 곳은 오는 2030년까지 총 40조 6,000억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 중 절반가량인 20조 1,000억 원은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R&D)에 투입돼 시설 투자 등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20조 원 남짓에 불과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년간 시설 부문에 38조 4,969억원을 쏟아붓고 R&D에 21조 2,292억 원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주요 배터리 기업이 향후 9년간 국내에 투자하는 금액이 삼성전자 한 곳이 지난해 1년간 투자한 금액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2025년이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 같이 투자액이 낮은 것은 배터리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장을 비롯해 D램 생산 설비 등 대부분의 주요 설비는 평택과 화성 등 국내에 자리 잡고 있다. 이는 D램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는 규격화돼 있어 고객사별 맞춤형 제품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 데다 반도체는 비행기로 실어나르는 만큼 굳이 해외에 공장을 지을 필요가 없어서다.

반면 배터리는 완성차 업체의 주문에 따라 배터리팩 등을 만들어야 하며 무게 등을 감안할 경우 물류비 부담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폴란드·미국 등 완성차 업체 근처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국내에 공장을 가동 중인 전기차 업체는 현대차 등 손에 꼽을 정도여서 향후 국내 배터리 업체가 국내에 공장을 신설 또는 증설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에 따라 고용 창출 효과 등도 반도체 대비 미미할 수밖에 없다.

배터리는 반도체와 달리 두 자릿수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D램 산업은 몇 차례 ‘치킨 게임’을 통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개 사의 과점 체제가 형성된 반면 배터리 시장은 신규 기업의 진출이 잇따르는 데다 기술 진입 장벽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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