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2차 추가경정예산안 증액 여부를 두고 충돌한 가운데 정부가 추경안에 포함됐던 2조 원 규모의 국고채 조기 상환을 포기할 경우 241억 원의 이자를 더 물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을 앞둔 여당의 포퓰리즘 공세에 국민 혈세가 이중으로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예산정책위의 2차 추경안 분석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번 추경에서 국고채 원금 65조 2,240억 원을 상환하기로 계획안을 짰다. 이는 본예산 때 제시한 상환금액 63조 2,129억 원보다 2조 110억 원 늘어난 금액이다. 원금이 줄면서 이자도 감소했다. 기재부는 올해 이자상환 비용으로 20조 55억 원을 지출해 본예산 때보다 241억 원을 아낄 수 있다고 보고했다. 추경안에서 제시한 78개 사업 중 지출이 줄어든 항목은 국고채 이자뿐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세출 구조 조정을 통해 몇십억 원만 아끼려고 해도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거센데 재정 부담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240억 원이면 상당한 예산 절감 효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을 중심으로 국고채 2조 원 조기 상환을 포기하고 이 돈을 활용해 전(全)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압박에 정부가 견뎌낼지는 의문이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국고채 상환을 포기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분석한다. 국채 상환자금 2조 원을 전 국민(5,200만 명) 재난지원금으로 돌린다고 가정해도 국민 1인당 돌아가는 돈은 3만 8,000원에 불과하지만 국채 시장이 실망감에 따라 받게 될 쇼크는 이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국내 한 증권사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올해 발행하기로 한 국채 물량만 190조 원에 이른다”며 “최근 코로나19 4차 유행에다 연내 최대 2회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국채 상환까지 철회하면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 국채 시장에서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2.0%선으로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지난해 3월 초 금리와 비교해 1%포인트 가까이 오른 상태다.
국채 상환을 철회할 경우 국가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이달 초 기재부와 연례 협의에서 오는 2025년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을 60% 이하로 관리하겠다는 약속(중기 재정 준칙)을 한국 정부가 지킬 수 있는지 집중 질의한 바 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안을 조정해야 한다면 전 국민 지원금 대신 고통이 큰 소상공인 보상에 쓰이는 게 국가 재정 건전성이나 미래를 볼 때 더 합당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채 상환 2조 원을 소상공인 손실보상금으로 돌려 현재 매달 2,000억 원 씩 배정된 자금을 8,000억 원으로 늘린다고 가정할 경우 소상공인 96만 곳(집합 금지 업체 20만 곳 +영업 제한 업체 76만 곳)에 돌아가는 보상금은 현재 월 약 21만 원에서 93만 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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