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산업에 대해서는 탄소국경조정(CBAM)제도 도입의 영향을 연구 용역을 거쳐 상세히 분석하고 ‘그린철강위원회’를 통해 민관 합동으로 최선의 대응 전략을 마련해나가겠습니다.”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15일 열린 철강·알루미늄 기업 임원들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유럽연합(EU)의 CBAM 도입에 적극 대처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탄소 배출권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CBAM 적용 제외국으로 분류되는 것을 목표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지난 6일 프란스 티메르만스 EU 그린딜 담당 수석부집행위원장을 만나 이 같은 우리 정부 측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는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합치하도록 설계·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관련 제도가 불필요한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꾸준히 피력하고 있으며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각국의 탄소 중립 정책을 반영해 CBAM을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향후 다자 외교를 통해 이 같은 우리 측 주장을 관철시킬 방침이다. 정부는 9월 개최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철강위원회와 글로벌철강포럼 장관급회의를 비롯해 10월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서 우리 정부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다.
양자 외교에도 힘을 기울인다. 정부는 EU 집행위원회에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서면으로 제출하고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등에도 우리 정부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외에도 산학연 합동 탄소국경조정 실무작업반을 구성해 운영하는 한편 올 하반기 그린철강위원회 개최 시 관련 사안을 정부와 산업계 공동 의제로 논의할 계획이다.
탄소 중립과 관련한 철강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철·철강의 대(對)EU 수출액은 15억 2,300만 달러, 수출 물량은 221만 3,680톤에 달한다. 오는 2023년 1월부터 CBAM가 우선 적용되는 5개 품목(철강·알루미늄·비료·시멘트·전기) 중 철·철강 부문이 받는 영향이 압도적으로 크다. 반면 알루미늄 수출액은 1억 8,600만 달러, 수출 물량은 5만 2,658톤이며 비료 수출액은 200만 달러, 수출 물량은 9,214톤 수준에 불과하다. 시멘트와 전기는 수출액이 0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최근 ‘철강 산업 글로벌 탄소국경조정 대응 전략 및 경쟁력 강화 방안 연구’를 주제로 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는 등 다방면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관련 연구를 통해 정부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및 관리제도 현황 △EU 배출권거래제 현황 및 우리 거래제와의 차이점 △탄소배출권 무상·유상 할당 현황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방식 △EU 및 우리 업계 반응 및 주요 동향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올해 말 수립되는 ‘탄소 중립 산업 전환 전략과 비전’에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함께 담을 방침이다. 관련 업종 대상의 세제, 금융 지원 외에 탄소 중립 연구개발(R&D) 등의 지원책을 연내 마련할 예정이다.
박 차관은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도입되더라도 민관이 합심해 철저히 대응해나가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적 추세인 탄소 중립이 우리 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업계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EU 측은 3년의 전환 기간 후 2026년부터 CBAM을 전면 도입할 계획으로 “이번 CBAM 도입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타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우리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외 통상 당국과 관련 전문가들은 EU가 중국·러시아·터키 등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를 타깃으로 이번 CBAM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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