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탈원전 고집'에 에너지안보 삐걱…"올여름 전력난은 예고편"

[창간기획-리셋 더 넥스트]

<4>비정상의 정상화 - 국가전력시스템 '비상'

  'LNG·재생' 글로벌 어젠다지만 송전망 구축 어려워

 탈원전 이어 火電까지 퇴출땐 '블랙아웃' 우려 커져

 "전세계 어떤 나라도 동시에 안 줄여…적극 활용해야"





지난달 여름철 전력 수급 계획을 세우던 전력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이달 말 예비 전력이 4GW(예비율 4.2%)까지 떨어지면서 안정권을 밑돌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 때 세워둔 전력 수급 계획대로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호기를 적기에 투입했다면 여분의 전력을 확보했을 테지만 원자력발전을 향한 불신에 완공된 발전소마저 놀리다 전력 대란 우려를 자초한 셈이다.

정비에 들어갔던 원전이 조기에 투입되면서 당장의 고비는 넘겼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정부는 탈원전 기조를 고수하는 와중에 탈탄소 흐름에 맞춰 기저 전원인 석탄발전까지 퇴출하려 한다. 빈자리를 액화천연가스(LNG)와 재생에너지로 메우겠다는 것인데 LNG발전은 주민 반발에 막혀 입지를 찾기조차 쉽지 않고 날씨에 따라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전문가들은 특정 에너지원에 편중된 발전 포트폴리오를 밀어붙이는 사이 국가 에너지 안보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올여름 전력 수급 우려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의 전조”라며 “탄소 중립에 따라 전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텐데 출력 조절이 어려운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2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탄소 감축을 위해 오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최대 42.5%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대 감축치를 적용하면 2030년까지 줄여야 할 탄소 배출 총량은 3억 923톤으로 기존 NDC(24.4%)를 적용할 때보다 1억 3,169만 톤가량을 추가로 감축해야 한다. 추가 감축량을 현재 부문별 배출 비중에 따라 분담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전체 배출량의 37%를 차지하는 발전 부문은 4,873만 톤의 온실가스를 더 줄여야 한다.

정부가 탈탄소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탄소 다배출 발전원인 석탄발전을 대거 멈춰야 한다. 석탄발전 1기가 연간 30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점을 감안하면 9년 내 석탄발전 16기 이상이 셧다운될 예정이다. 석탄발전 1기 용량이 약 500㎿인 만큼 9년 내 8GW만큼의 전력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물론 탄소 중립은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우리의 산업 경쟁력 등 현실을 외면한 채 대체 전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현재 기저 발전인 석탄발전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는 LNG발전은 주민 수용성에 신설 계획이 번번이 좌초되고 있다. 남동발전은 지난 3월 대구시에 1.1GW 규모의 LNG발전소를 세우려다 대구시와 주민 반대로 사업을 철회했다. 경남 지역에 설립을 추진 중인 △통영 광도면 안정리 LNG발전소 △합천 쌍백-삼가면 LNG발전소 △함안 군북면 LNG발전소 등도 주민들과 지역 환경 단체의 반대에 부딪혔다. 안정적인 대체 전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석탄발전 폐쇄만 밀어붙이면 전력 수급난이 불가피하다.

재생에너지 역시 미덥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재생에너지발전단지는 원자력발전이나 석탄발전과 달리 산발적으로 위치한 탓에 송배전망을 구축하기 어렵다. 특히 재생에너지단지는 땅값이 저렴한 전남과 전북에 편중돼 있는데 지역 내 전력 수요가 적어 수요가 많은 타 지역까지 망을 길게 연결해야 한다. 정부 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단지를 대폭 늘리더라도 전력을 운반할 송배전망이 구축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발전 업계 관계자는 “송전탑 주변 지역의 주민을 설득하는 데만 수년이 걸리는 터라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도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농민 단체들은 “탄소 중립을 위해 화석연료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려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그 방식이 생태계와 공동체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전력망에 연결된다 한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하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수급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특정 시간에 넘치는 전력을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담아 비상시에 대비하는 방법도 있지만 ESS를 실제 현장에서 활용하기에는 기술적 한계가 여전하다. 특히 한국은 중국·일본 등 주변국과 계통 연결이 되지 않아 초과 수요나 공급 사태를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전력 수요·공급 간 균형이 깨지면 주파수와 전압이 떨어지고 최악의 경우 블랙아웃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전력망 연결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LNG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따져보고 부족한 발전분은 석탄이나 원전·LNG발전 등을 균형 있게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한 인사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원전과 석탄을 동시에 줄이거나 LNG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전원을 구성하는 곳은 없다”며 “재생에너지가 전력 수급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기여할지 검토한 뒤 부족하다면 다른 발전원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