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이 연간 71억 달러(약 8조 원)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탄소국경세는 탄소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의 수출 품목에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EU와 미국을 중심으로 도입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요국 기후변화 대응정책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EU와 미국이 톤당 50달러의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연간 수출이 71억 달러 감소한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은 0.28%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EU가 탄소국경세를 도입한 경우 연간 0.5%(32억 달러), 미국은 0.6%(39억 달러)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집약도가 높고 수출 비중이 큰 산업일수록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인한 충격이 더 컸다. 자동차·선박 등 운송장비가 0.31%포인트(EU 0.16%P, 미국 0.15%P)로 부정적 영향이 가장 컸고 철강 등 금속제품이 0.23%포인트(EU 0.10%P, 미국 0.13%P), 합성수지·의약품 등 화학제품이 0.19%포인트(EU 0.10%P, 미국 0.09%P) 등으로 추산했다.
대중(對中)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등 전기전자 제품도 0.23%포인트(EU 0.10%P, 미국 0.13%P) 감소한다.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중국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경우 우리나라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중간재 수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탄소국경세가 도입될 경우 중국의 EU와 미국 수출은 각각 5.7%, 6.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주요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통상정책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EU는 2023년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하고 2026년부터 역내 수입되는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배출량에 대한 탄소배출권을 구입하도록 하는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미국도 탄소국경세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탄소중립 정책이 본격 시행돼 배출권 가격이 상승할 경우 감면 시나리오에 따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다소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 한은은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탄소국경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기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들도 비가격 경쟁력 제고와 수출 다변화 등을 통해 가격경쟁력 약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선진 한은 국제무역팀 과장은 “정부는 탄소국경세 도입에 대응해 이해당사자국과의 협력을 통해 통상외교를 강화하고 기업들의 탄소저감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금융 및 세제 지원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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