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5% vs 47.59%’
2017년 5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다룬 2개 기관의 수치다. 전자는 국가 공식 통계인 한국부동산원, 후자는 KB국민은행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라는 같은 주제를 다뤘지만, 상승률이 2배 넘게 차이난 것이다. 주간 단위로 분석하면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벌어진다. 2017년 4월24일부터 2021년 6월28일까지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한국부동산원 기준으로는 14.97%, KB국민은행 기준으로는 51.32% 올랐다.
국가 공식 통계와 민간 통계 간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 자치구별로 분석하면 두 통계간 격차는 더욱 명확해진다. 노원구가 그 격차가 제일 컸다.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2017년 5월부터 4년여간 노원구 아파트값은 59.42% 상승했다. 반면 한국부동산원의 경우 상승률이 17.26%에 그쳤다. 격차만 42.16%포인트에 달했다. △영등포구(36.17%p) △도봉구(34.96%p) △구로구(33.61%p) △동작구(32.85%p) △마포구(31.61%p) 등 순으로 그 격차가 컸다.
■똑같은 ‘서울 아파트값’ 다뤘는데…상승률 왜 이렇게 차이 나나
한국부동산원은 조사방식, 표본의 차이 때문에 KB국민은행 대비 아파트 상승률이 낮게 측정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원은 주로 국토부 실거래가 등재 자료를 바탕으로 상승률을 산정하는 반면 KB국민은행은 일선 공인중개사들을 조사해 호가 중심으로 상승률을 계산, 이 때문에 부동산원 통계가 비교적 상승세 반영이 늦고 상승폭 또한 적게 측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KB국민은행의 산정 방식의 상향 편의가 심각하다면 이 같은 편차는 다른 지역에서도 고르게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2017년 5월부터 2021년 5월까지의 전국 아파트 가격 누계 상승률을 보면 한국부동산원은 13.11%, KB국민은행은 22.98%다. 경기도 아파트 가격 상승률 또한 한국부동산원은 25.55%, KB국민은행은 33.73%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 통계 상승률이 한국부동산원 대비 높게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3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특히 이 같은 격차는 지난해 하반기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하반기(6월~12월) 동안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2.50% 오른 반면 KB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10.19% 상승했다고 했다. 상승률이 4배 넘게 차이가 난 것이다. 심지어 KB 기준으로는 참여정부 시기 아파트값이 급등했던 2008년 상반기(13.84%) 이후 가장 높은 값이다. 같은 기간 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경기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각각 6.01%, 8.52%로 2.51%포인트만 차이 났다.
하지만 단순히 표본 및 산정 방식의 차이만으로는 이 같은 격차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김지섭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6월부터 나타난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간의 수치 차이는 통계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한국부동산원은 수치 산정 과정을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원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12월부터 2021년 5월까지 210개월간의 두 통계의 월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을 비교해본 결과 한국부동산원 상승률이 KB국민은행 대비 높았던 달은 91개월, 그 반대는 119개월이었다.
각 정권별로 분석해보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부터 2021년 5월까지 48개월 동안 KB국민은행 상승률이 높았던 달은 41개월에 달했다. 단 7차례를 제외하면 모두 KB국민은행 통계의 상승률이 높았던 셈이다. 비율로 보면 85.4%다. 반면 다른 정권서 KB국민은행 상승률이 한국부동산원보다 높았던 경우는 박근혜 정부(2013년 3월~2017년 5월) 51개월 중 22개월(43.1%), 이명박 정부(2008년 3월~2013년 2월) 60개월 중 37개월(61.7%), 노무현 정부(2003년 12월~2008년 2월), 51개월 중 19개월(37.3%)이었다.
또한 월간 단위로 두 기관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1%포인트 이상씩 차이 난 경우는 한국부동산원 통계 작성 이래 지난 2018년 9월·10월, 2020년 7월·8월, 9월·11월·12월, 2021년 1월 등 8차례뿐이다. 공교롭게도 전부 문재인 정부 시기다. 문 정부 이전까지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의 월별 서울 아파트 상승률 격차가 가장 컸던 시기는 2008년 6월로 당시 KB국민은행은 한국부동산원보다 아파트값이 0.92%포인트 더 올랐다고 했다.
■주간·월간 통계도 서로 안 맞아
한국부동산원 통계가 의심을 받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간 통계뿐만 아니라 같은 부동산원에서 생산한 주간-월간 간 격차도 컸다. 부동산원은 수도권 주택시장이 들썩이던 지난해 8월 중순부터 서울 아파트 매매가를 10주 연속 0.01%로 집계했다. 하지만 월간 상승률으로 보면 9월 0.29%, 10월 0.40%로 주간 상승률과 괴리가 상당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누계로 계산해도 한국부동산원의 월간·주간 통계 상승률 차이는 심각했다. 2017년 5월 15일부터 2021년 5월 17일까지의 주간 단위 아파트 가격 상승률과 2017년 5월부터 2021년 5월까지의 월간 단위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KB국민은행의 경우 주간 단위 상승률은 47.92%를 기록, 월간 단위로는 47.59%를 기록 0.33%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반면 한국부동산원의 경우 주간으로는 13.82%, 월간으로는 19.55% 올라 5.73%포인트의 격차가 났다. 같은 기간 한국부동산원 기준 경기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주간으로는 22.92%, 월간으로는 25.55%였던 점을 고려하면 서울의 격차가 특히 두드러졌던 것이다.
여기에 매년 한 번 꼴로 실시하던 ‘표본 보정’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18개월 간 표본 보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난 6월 기준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각각 9억 2,813만원, 11억 4,283만원으로 그 격차가 2억 1,470만원에 달했다. 정작 표본이 보정됐던 2020년 1월 한국부동산원이 8억 7,713만 원, KB국민은행이 8억 6,997만 원으로 부동산원 통계가 오히려 716만 원 높았다.
부동산원 측은 표본을 다시 선정했기 때문에 표본 보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은 오는 8월 발표하는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 통계부터 새로운 표본을 적용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을 두고 KB국민은행과 2억원 가까이 벌어진 상황 속 그 격차를 얼마나 좁힐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국부동산원 통계가 주요 부동산 정책의 근거로 사용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당정청 주요 인사들이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인용하며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거나 안정됐다고 발언하면서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붓기도 했다. 지난 8월 문 대통령은 “서울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부동산원 통계는 주간 단위로 서울 아파트값이 0.01% 올랐다고 하며 상승 폭을 축소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KB국민은행 통계에는 최고 0.53% 올랐다고 집계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나타냈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또한 지난해 7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집값이 서울 집값이 얼마 올랐냐는 서병수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으로 11%가 올랐다고 답한 바 있다.현실과 괴리된 통계가 정권의 ‘헛발질’ 부동산 정책의 원인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현실과 괴리된 통계 수치를 시민 단체 또한 비판하고 있다.
부동산공시가격검증센터장을 맡고 있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또한 “현실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는 통계로 정책을 수립하다보니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리 없는 상황”이라며 “이제라도 통계 왜곡 행태를 멈추고 올바른 통계를 근거로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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