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산업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인력 블랙홀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생산 인력을 육성해 양산 체계를 안정화하는 동시에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외 배터리 업체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쟁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는 만큼 차별화된 기술력과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인력을 보유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11월 충북 오창2공장에 차세대 배터리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한 교육기관인 LG IBT(Institute of Battery Tech)를 착공한다. 전 세계 배터리 업체 중 자체적으로 전문 교육기관을 신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도 지난달 열린 ‘스토리 데이’ 행사에서 글로벌 선도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생산·연구 인력 확충”을 가장 먼저 꼽았다. 배터리 업체로서는 그만큼 전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일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150% 이상 커질 정도로 매서운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말 한국전지산업협회는 국내 2차전지 분야에서 석·박사급 연구·설계 인력은 1,013명, 학사급 공정 인력은 1,810명이 부족하다고 추산했다. 이에 정부도 매년 1,100명+α 규모로 산업계 수요에 맞는 수준별 인력 양성 추진 계획을 지난달 내놓았다.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건 것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외 기업에서는 특히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국내 전문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방식으로 인재를 확충하고 있다. 유럽을 대표하는 스웨덴의 노스볼트는 설립 초기부터 국내에서 LG에너지솔루션 등 직원들이 이직해갔으며 최근에는 삼성SDI 소속 엔지니어들도 노스볼트로 이직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업체로서는 새로운 인력을 확보하는 일만 해도 벅찬데, 기존의 핵심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과제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의 매서운 성장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한국 배터리 기업으로서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지금으로서는 전문 인력이 매우 부족한 데다 일부는 해외로 넘어가는 게 사실”이라며 “해외로 핵심 인재들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