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하소연이 실감 나는 요즘입니다. 계란·마늘·고추가루 같은 농축수산물 뿐만 아니라 라면, 기름값, 집세까지 가격이 오르지 않은 품목을 찾기 힘듭니다. 치솟는 밥상물가에 서민들은 한숨만 깊어집니다.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어서 하반기에 안정된다는 정부 예상과는 달리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넉 달째 2%대를 이어갔습니다.
계란은 몇 달째 ‘금란’으로 불립니다. 집에서 반찬이 없을 때 후라이도 굽고, 삶아서도 먹는 계란은 냉장고에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이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계란 한 판(특란·30개)의 소매 평균가는 7,158원입니다. 예년엔 5,000원대 초중반이었는데, 거의 50% 올랐습니다. 지난 1월 7,000원을 넘어선 뒤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7월에도 1년 전 보다 57% 급등했고 올 1월부터 7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입니다.
계란값이 뛴 건 지난해 11월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후 살처분과 폭염으로 인한 폐사 등으로 산란계(알 낳는 닭) 수가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올 상반기 계란 2억개를 수입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국내 하루 계란 소비량은 평균 4,500만개에 달해 턱없이 부족한데다 수입 계란에 대한 선입견으로 인기가 떨어집니다. 미국산은 갈색인 국산과 달리 하얀색이라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아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지 않았습니다. 태국산은 30일 정도 걸리는 선박 운송 기간을 감안해 유통기한을 국산의 2배 정도인 60일로 늘려줬는데, 소비자들은 신선도 등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많아지면서 제과·제빵 등 가공식품 수요가 높아진 영향도 큽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민생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계란은 필수 먹거리인 만큼 양계업계뿐 아니라 계란 소비자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으니 생산단계, 유통단계, 판매단계를 점검하고 수입 계란의 충분한 확보를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특별하게 살피라”고 지시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계란값 잡기 총력전을 예고했습니다. 홍 부총리는 지난 3일 대전 농수산물도매시장과 이마트를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섰습니다. 기재부 내에는 한훈 차관보 주재로 계란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습니다. 홍 부총리는 지난 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최근 계란 가격에 이어 폭염 등으로 채소가격이 상승하는 등 농수산물 가격 오름세 압력이 크다”며 “모두 민생 직결 사안인 만큼 8월 내내 민생물가 안정에 주력해달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는 “난계 입식 상황, 국산 계란 생산, 수입 계란 공급 등 수급을 꼼꼼히 재점검하고 점검 결과가 소비자 계란 가격 하락으로 연결되도록 계란 생산-유통-판매 전 단계에 대해서도 원점에서 점검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계란 생산·유통 관련 사업자 단체에 ‘가격 담합 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경고에 나섰습니다.
정부는 수입 계란 물량을 8월 1억개, 9월 1억개 등으로 대폭 늘릴 계획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수입 계란 공급 가격(30개 1판 기준)도 기존 4,000원에서 3,000원으로 1,000원 낮췄습니다. 또 급식·가공업체에 주로 공급된 수입 계란이 소비자에게 더 많이 공급되도록 대형마트 등에 수입 물량의 절반 이상 공급을 목표로 배정할 방침입니다. 홍 부총리는 “국내 계란 가격의 조속한 인하를 위해서는 당분간 수입 계란이 소비자에게 더 낮은 가격에, 더 많이 공급되어야 한다”며 “현재 7,000원대에 정체된 계란 가격이 6,000원대로 인하될 수 있도록 특단의 각오로 대응하라”고 말했습니다. 경제수장이 개별 품목 가격을 콕 찍어 언급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앞으로 폭염과 태풍, 추석 명절과 재난지원금까지 장바구니 물가를 자극한 위험 요인이 산재해있습니다. 정부의 물가 총력전 효과는 언제쯤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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