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했던 ‘공공 SW 대기업 참여 제한’ 규제가 8년 만에 풀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일 용홍택 과기정통부 1차관 주재로 규제입증위원회를 열고 국가기관이 발주하는 공공 SW의 대기업 참여 제한을 완화하는 안건을 논의했다. 규제입증위원회에서 규제를 철폐하기로 의견이 모아지면 국무조정실의 ‘규제챌린지 협의회’를 거친 후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의 ‘규제챌린지 민관회의’에서 최종 완화·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규제챌린지는 김 총리가 “해외와 비교해 과도한 규제가 있다면 과감히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도입한 제도다. 이에 따라 첫 단계인 부처 규제입증위원회가 결론을 내면 법령 통과까지 빠른 속도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 SW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지난 2013년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격 수업, 백신 접종 예약 등 각종 비대면 공공 서비스들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해 국민들이 불편을 겪자 기존 공공 SW 입찰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 올 초에 각 초등학교 원격 수업에 활용된 ‘EBS 온라인 클래스’에서 잦은 서버 오류가 발생했다. 또 지난달 19일 50대를 대상으로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이 수차례 먹통이 됐다. 결국 이날부터 시작된 18~49세 대상 대규모 백신 예약을 앞두고 정부가 민간 정보기술(IT) 기업에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LG CNS, 네이버, 카카오 등 정보통신기술(ICT) 대기업들이 긴급 투입돼 시스템 오류 원인을 추적하고 최적화하는 해결사 역할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CT 중소기업을 육성하려는 취지는 좋았지만 모든 공공 SW 분야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없도록 하다 보니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며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거나 꾸준히 유지·보수가 필요한 분야의 경우 중소기업이 담당하기 힘들다 보니 해당 부처들도 불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제도를 도입했지만 일부 기업에 일감이 쏠리면서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기존 하청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주로 입찰에 참여하는 20여 곳의 중견기업들이 대부분의 사업을 따내고 이들이 중소 업체에 재하청을 주거나 중소 IT 업체들을 인수해 덩치를 불리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공공 SW 분야의 강자로 떠오른 일부 중견기업들에 대해 “사실상 제도 도입 이전의 대기업 같은 존재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IT 경쟁력이 과연 8년 전에 비해 좋아졌는가를 생각해보면 현행 규제는 너무 강한 약을 써서 오히려 사람 체질을 망가뜨린 것과 같다”며 “일시에 대기업 참여 제한 규제를 풀기가 어렵다면 공공사업 규모별로 대기업·중견·중소기업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규제를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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