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코로나19 위기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등이 신용도 하락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밀린 돈을 모두 갚는 경우 연체 이력을 신용평가에 활용하지 않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은성수(사진) 금융위원장은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권 주요 협회장, 신현준 신용정보원장, 김근익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에 대해 합의했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소상공인 등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0 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의 소상공인 2차 금융 지원 프로그램의 지난 6월 말 기준 부실률은 1.32%로, 지난해 말(0.22%) 대비 여섯 배 뛰었다. 신보의 소상공인 금융 지원 프로그램은 지난해 5월 첫발을 내디뎠다. 첫 2년 동안 저금리 이자만 내고 이후 3년간 원리금을 갚는 구조다. 아직 원금 상환이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부실률이 훌쩍 뛸 만큼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8월부터 시작된 4차 확산은 직격탄이 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확대 및 연장으로 그만큼 매출이 더 줄었기 때문이다.
은 위원장이 이날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영업 제한, 소득 감소 등 서민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금융권이 나서 건설적인 신용회복지원 방안을 마련해주기를 요청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금융권은 코로나19 기간 중 발생한 소액 연체를 전액 상환한 개인 및 개인사업자의 연체 이력을 금융기관 간 공유한 뒤 이를 신용평가에 활용하는 것을 제한하기로 했다. 연체액과 상환 시기 등 구체적인 대상자 기준은 12일 발표된다.
금융 당국도 이번 조치에 따른 신용평가와 여신 심사 결과가 금융회사의 경영 실태 평가나 담당 직원의 내부 성과 평가 등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면책 조치를 병행할 계획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소액 연체자의 연체 이력을 공유한 뒤 활용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신용회복을 지원한 전례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민생경제장관회의에서 신용회복 지원 방안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문 대통령 당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으며 채무 상환 과정에서 연체가 발생한 분들 가운데 그동안 성실하게 상환해온 분들에 대해서는 신용회복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신용 사면이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를 끝낸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개인 신용회복 지원은 연체했지만 빚을 상환한 사람에 한정하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 문제는 최소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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