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대표가 포진한 스타트업계가 사내독립법인(CIC· Company in company)를 비롯해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면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CIC는 주로 대기업이 사내 벤처·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조직이었지만 규모가 커진 스타트업들이 유사한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이처럼 ‘혁신의 아이콘’인 스타트업이 혁신을 위해 또 다른 혁신을 과감하게 도입하고 MZ세대를 대표 격으로 승진시켜 과연 어떤 성과를 내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인 성인 교육 전문 기업 패스트캠퍼스는 최근 사명을 데이원컴퍼니로 변경하고 CIC체제를 돌입하는 등 혁신 경영에 돌입했다. 데이원컴퍼니는 △패스트캠퍼스(온라인 및 B2B 실무교육 담당) △레모네이드(외국어 교육 담당) △콜로소(자영업자 및 프리랜서 교육 담당) △스노우볼(온라인 완주반 및 오프라인 교육 과정 담당) 등 총 4개의 CIC를 만들었다. 개별 사업부 수장들을 조직의 대표로 승진시킨 셈으로 이들은 모두 30대 초·중반이며, 평사원으로 입사해 5년 만에 대표가 된 경우도 나왔다. 지난 7년 동안 48만 명에게 프로그래밍, 데이터 사이언스 등 다양한 실무교육을 제공한 데이원컴퍼니는 MZ세대 리더들의 자발적이고 과감한 시도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시키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기업의 성장 DNA를 유지하고 회사의 규모가 커지더라도 각 사업 파트가 독립적으로 기민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유능한 인재라면 누구나 대표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보여줘 구성원 개인의 성장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전략이다. 데이원컴퍼니의 한 관계자는 “MZ세대들은 공정성을 중요시하는 세대로 능력 있는 인재들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역할을 부여하면 그 누구보다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적극적이다”라며 “산업의 변화를 가장 잘 파악하는 MZ세대들이 차별 없이 리더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앞으로 기업 성장에 큰 주요점이 될 것”라고 밝혔다.
또한 금융 애플리케이션 뱅크샐러드(대표 김태훈)는 서비스를 책임지는 ‘트라이브’, 공동 인프라와 기반을 제공하는 ‘파운데이션’, 회사 운영을 지원하는 ‘디비전’, 이렇게 3그룹 체제로 운영을 한다. 특히 트라이브는 각각의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쿼드로 구성되는데 이 스쿼드에선 CEO와 동일한 권한을 갖는 프로덕트 오너(PO)들이 독립적인 환경에서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며 담당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다. 뱅크샐러드에서는 나이와 근속에 관계없이 각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본 사람 등을 기준으로 리더들을 선발하고 있다. 2020년 기준 뱅크샐러드엔 총 8명의 PO들이 각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에 비해 조직의 규모가 작고 의사결정 속도가 빠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조직을 쪼개 부서장급에게 대표 역할을 맡긴 것을 업계에서는 ‘혁신의 혁신’으로 보고 있다. 스타트업 역시 규모가 커짐에 따라 대기업형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따라가는 경우가 있어 스타트업의 장점을 살리며 회사의 규모를 키우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 여기에 MZ세대 특유의 수평적인 문화 선호도 조직 분산과 슬림화를 가속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의 경우 최근에는 40대 대표는 이미 예비 유니콘 이상의 규모가 돼 사실상 중견 기업 이상으로 성장했다”며 “최근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경우는 대표들이 대부분 MZ세대인 까닭에 이러한 조직 구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