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 경제의 심장인 반도체 종목을 집중적으로 팔아 치우면서 증시와 외환시장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해 3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가장 긴 하락세를 보이며 3,200선이 무너졌고 원·달러 환율은 이번 주에만 27원이나 치솟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극대화시켰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도가 1주일간 7조 원을 넘는 사상 최대 규모로 단기간에 진행된 만큼 조만간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7.09포인트(1.16%) 하락한 3,171.29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3,146.76까지 떨어지며 3,150선이 무너지는 등 7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3,2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5월 28일(3,188) 이후 약 두 달 반 만이다. 이날 외국인은 하루에만 2조 6,988억 원을 매도하며 올 들어 세 번째로 강한 ‘팔자’에 나섰다. 특히 외국인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에 코스피 순매도액의 96% 수준인 2조 5,820억 원을 집중시켰다. 반도체 가격이 고점에 도달했을뿐더러 수급에 대한 우려도 커져 외인들의 대량 매도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 여파로 삼성전자는 3.38% 내린 7만 4,400원에 마감하며 1월 18일(-3.41%)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저가 매수세에 힘입어 전일보다 1.00% 상승한 10만 1,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7거래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외국인이 주식을 대거 팔면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7원 80전 오른 1,169원에 마감했다. 한때 환율은 1,169원 50전까지 오르는 등 심하게 흔들렸다. 이날 장중 고가는 지난해 9월 29일(1,171원 20전)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환율은 이번 주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상승해 26원 90전이나 뛰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018년처럼 코스피 하락이 경제나 기업의 펀더멘털과 이익이 급격히 꺾이는 데 기인한 것은 아니며 반도체 업황의 다운 사이클 경고,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일시적 이슈"라며 "국내 증시는 강세장 진로에서 이탈하지 않았고 약세장 진입에 대한 불안감은 실체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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