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논란이 8개월 넘게 해결책을 찾지 못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논의의 불씨를 살릴지 주목된다. 머지포인트와 같은 소비자의 선불충전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전자금융업 등록 업체에서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금융이 빠른 속도로 활성화된 반면 소비자 보호 장치는 미흡한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16일 금융 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머지포인트와 같은 선불충전금 규모가 올해 2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4년 선불충전금은 7,800억 원에서 2020년 10월 말 1조 9,925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선불충전금은 선불전자지급업체에 대금 결제, 포인트 사용을 위해 미리 송금해 보관해둔 금액을 말한다. 편의성 덕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객이 할인받은 금액으로 포인트를 구매한 후 제휴점에서 현금 대신 쓰는 방식의 머지포인트 역시 선불전자지급업체의 충전금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머지포인트 역시 편의성·범용성을 등에 업고 급속하게 대규모의 고객을 확보했다. 위메프·티몬 등에서 판매한 데다 편의점·대형마트·카페 등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사용할 수 있다 보니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여 만에 GMV(순 판매량)가 1,000배가량 뛰었다. 현재 상당수 이용자들이 회사에 환불을 요구하고 있지만 전부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소비자 피해가 전금업에 등록한 업체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인 만큼 전금업체에 대한 소비자 보호 조치를 의무화한 전금법 논의가 재개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현행법으로는 전금업자조차 경영 악화, 도산 등으로 소비자의 선불충전금·예치금을 지급하기 어려울 때 이용자의 자금을 보호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머지포인트는 미등록 업체라 금융 당국이 사전 인지부터 사후 대책 마련까지 개입할 여지가 없지만 등록업체에조차 금융 당국이 소비자의 피해 구제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지난해 11월 발의된 전금법 개정안은 전금업체가 보유한 이용자 자금을 은행 등 외부 기관에 예치 신탁하거나 지급보증보험 등에 가입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전금업체가 도산할 경우 이용자의 충전금 등에 대해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해 돌려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도 도입한다.
전금업체에 대한 소비자 보호 규제도 사각지대인 탓에 금융감독원은 현재 가이드라인으로 관리·감독을 하고 있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번 논란처럼 만약 간편 결제 업체가 사고가 나서 ‘먹튀’하는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디지털 금융이 주는 편익, 혁신만 보지 말고 그에 따른 위험이 얼마나 있는지 따져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9일 기준 금융 당국에 전금업으로 등록한 업체는 △선불전자지급발행업 67곳 △직불전자지급수단발행업 29곳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129곳 △결제대금예치업 39곳 △전자고지결제업 14곳 등 총 164개 278개 업종이다.
한편 머지포인트 논란이 커지면서 금감원은 이날 대책회의를 열고 전자금융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머지포인트처럼 전금업에 해당하나 등록하지 않은 채 영업하는 사례를 파악·점검한다. 전금업에 등록한 선불업자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지 실태를 재점검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