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323410)가 현대차(005380)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8위에 올랐다. 최근 국내 증시가 겹겹이 이어진 악재 속에 연일 내리막을 걷는 가운데 카카오뱅크 주가는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상대적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6일 유가증권시장에 처음 상장된 후부터 이날까지 주가가 69.46% 상승했다. 이 기간 코스피 전 종목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이다. 다만 이날은 전 거래일보다 1.09% 빠진 9만 1,000원에 거래를 끝냈다.
주가가 계속 오르면서 기업 가치도 크게 불어났다. 카카오뱅크 시총은 상장 첫날 33조 1,620억 원(종가 기준)에서 이날 종가 기준 43조 2,341억 원으로 약 10조 원이 늘었다. 이는 코스피 시총 9위(삼성전자 우선주 포함)에 해당하는 위치이며 43조 1,610억 원의 현대차 시총마저 따라 잡았다. 현대차의 경우 연이은 주가 하락에 이달 들어 시총이 4조 원 가까이 사라졌다. 이날도 현대차 주가는 전일보다 2.42% 하락했다.
카카오뱅크에 매겨지는 높은 기업가치는 탄탄한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가파른 성장세가 주된 근거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발표한 2분기 호실적도 주가 상승에 힘을 더하는 모습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159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156.2% 늘어난 것이면서 지난해 연간 순이익(1,136억 원)을 넘어선 규모이기도 하다.
수급에서는 외국인이 주도하는 모습이다. 카카오뱅크의 상장일인 이달 6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약 8조 2,000억 원을 팔아 치웠지만 카카오뱅크는 4,553억 원 순매수했다.
카카오뱅크는 큰 기대감과 함께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기존 금융사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받을 만하지만 그럼에도 현 주가는 이익 대비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키움증권의 분석을 보면 오는 2022년 이익 추정치를 끌어와도 현 주가수익비율(PER) 수준은 약 98배에 이른다. 같은 기준으로 볼 때 국내 4대 은행주(KB·신한·하나·우리)의 평균 PER이 약 4배고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IB) JP모건이 약 13배인 것과 크게 대조되는 셈이다. 미국 온라인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도 PER이 약 46배 수준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PER 98배에 이르는 프리미엄은 과도하다고 판단한다”며 “신생 은행으로의 한계를 보일지 새로운 성장 모델로 탈바꿈할지가 향후 밸류에이션을 유지하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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