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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 우려에…정부 '청탁금지법' 완화 난색

농산물 선물 상한액 상향 논의 앞두고

'인플레이션 의식' 경제부처들 부정적

농민은 "물가책임 농가에 전가" 분통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가 20일 국민권익위원회 정문에서 청탁금지법 농수산물 선물 가액 한시 상향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정부가 올 추석을 앞두고 청탁금지법(김영란법) 농수산물 선물 상한액을 상향하는 방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법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월 설 명절을 앞두고 국민권익위원회를 찾아 농수산물 선물 가격 상향을 요청했던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장관도 잠잠하다. 정부 내에서는 경제 부처들이 인플레이션을 의식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4개월 연속 물가가 2%대로 상승한 데다 추석 전 국민 88%에게 국민상생지원금(5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선물 가액 상한이 농산물 가격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물가 상승에 책임이 있는 것은 정부인데 농가에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2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권익위는 오는 23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올 추석 명절 농수산물 선물 상한액을 20만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논의한다. 다만 내부 분위기는 회의적이다. 지난해 추석과 올 설 명절에 시행령을 개정했으나 이러한 조치가 반복되면 국민 신뢰와 법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지난 1월 설 명절을 앞두고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찾아 농수산물 선물 가액 한시 상향을 요청했던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해 추석 기간에 농수산물 선물 매출이 전년 대비 7% 증가했다”며 선물 가액 상향을 긍정 평가한 바 있다.



정부의 이 같은 행보에는 농수산물 선물 가액 상향이 추석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4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면서 연간 물가 상승률이 정부의 기존 예상치인 1.8%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 들어 농축수산물 물가는 7월(9.6%)을 제외하고 매달 10%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더구나 올 추석을 앞두고는 전 국민 88%에게 인당 25만 원의 재난지원금 지급도 예정돼 있다. 지난해 전 국민에게 1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후 한 달간 한우(1등급) 소매가격은 5.9%, 국산 냉장 삼겹살 소매가격은 7.3% 오른 바 있다. 통상 추석에 고기 수요가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난지원금은 고기 값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집값과 인건비를 올리고 과도한 살처분으로 달걀 값을 폭등시켜놓고 농가만 때려 물가를 안정시키려 하고 있다”며 “왜 물가가 안정되지 않는지 근원적인 처방을 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가 추석 물가를 잡으라고 계속 난리인 것 같은데 농산물 가격이 상승했다 해도 과수화상병 등으로 피해를 본 농가들이 많아 선물 가액 인상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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