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투자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는 SK가 이번엔 첨단 소재를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했다. SK그룹 지주사인 투자 전문 회사 SK㈜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회사인 SK머티리얼즈를 전격 합병하기로 결정하면서다. SK는 첨단 소재 핵심 계열회사인 SK머티리얼즈를 흡수해 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SK㈜와 SK머티리얼즈는 2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 사 간 합병 추진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SK㈜가 신주를 발행해 SK머티리얼즈 주식과 교환하는 소규모 합병 형태로, SK머티리얼즈 보통주 1주당 SK㈜ 보통주 1.58주가 배정될 예정이다. SK머티리얼즈가 특수 가스 등 사업 부문 일체를 물적 분할해 신설 법인을 만들고 이와 동시에 존속 지주 사업 부문이 SK㈜와 합병한다. 합병 절차는 오는 10월 29일 SK머티리얼즈 주주총회와 SK㈜ 이사회 승인을 거쳐 12월 1일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SK㈜가 SK머티리얼즈를 합병한 데는 성장성이 높은 핵심 자회사를 흡수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첨단 소재 시장을 재빠르게 선점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첨단 소재 분야 사업 추진 체계를 SK㈜로 일원화하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가치도 제고하겠다는 의지다.
SK머티리얼즈가 진출한 첨단 소재 시장은 고부가 핵심 기술의 잇따른 출현으로 지속적인 투자와 경영전략 고도화의 필요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시장에서 이미 뚜렷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SK머티리얼즈는 최근 미국 배터리 음극 소재 기업인 ‘그룹14(Group14)’와 합작사 ‘SK머티리얼즈 그룹14(가칭)’를 설립하며 배터리 소재 사업에도 진출을 선언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배터리 제품 소재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 만큼 업계에서는 SK머티리얼즈를 SK㈜의 알짜 회사로 평가하고 있다.
SK㈜는 차세대 대표 성장 영역으로 손꼽히는 첨단 핵심 소재 분야의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양 사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 합병이라고 판단했다. 미국·유럽·중국 등 핵심 소재 기업 간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적기에 규모감 있는 투자와 사업 전문성 확보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점도 고려했다.
SK 관계자는 “SK㈜가 보유한 글로벌 투자 관리 역량과 재원 조달 능력이 SK머티리얼즈의 풍부한 사업 개발 경험과 유기적으로 결합돼 합병 법인의 첨단 소재 사업 경쟁력이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합병으로 SK의 소재 사업의 효율성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사안별로 양 사가 진행해오던 첨단 소재 사업 투자 주체가 SK㈜로 통일됨으로써 글로벌 파트너십, 인수합병(M&A), 투자 등 다양한 경영전략을 통해 고성장·고부가 첨단 소재 사업의 글로벌 시장 선점을 보다 효과적으로 가속화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SK머티리얼즈 투자회사 가치도 합병 법인 기업가치에 직접 반영되게 된다.
SK㈜는 합병 법인의 기업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양 사 주주 역시 합병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SK㈜ 주주는 성장성이 높은 첨단 소재 사업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기업가치 제고 혜택을 기대할 수 있고 기존 SK머티리얼즈 주주 역시 양 사의 첨단 소재 영역 시너지에 따른 가치 제고뿐 아니라 SK㈜가 보유한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의 성장성 및 SK㈜의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에 따른 실질적 효과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SK㈜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통해 오는 2025년 글로벌 1위 반도체 종합 소재 및 배터리 종합 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사업 목표를 밝힌 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반도체와 배터리 핵심 소재 및 차세대 기술 확보에 주력해왔다. SK㈜는 첨단 소재뿐만 아니라 바이오·그린·디지털 등 4대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2025년까지 시가총액 140조 원 규모의 기업가치 실현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SK머티리얼즈도 지난 2016년 SK㈜에 인수된 후 발 빠른 투자를 통해 반도체용 전구체, 반도체용 식각 가스, 포토레지스트, OLED 소재로 사업을 확장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전문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를 통해 SK머티리얼즈의 기업가치는 2016년 대비 약 3배 이상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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