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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시승-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공간·승차감 업그레이드…달릴 맛 나는 'HIGH브리드'

1993년 출시 최장수 국산 SUV

큰 차체 걸맞게 '패밀리카' 제격

230마력, 순식간에 시속 150km

ℓ당 16.7km 높은 연비도 매력

보조금 혜택 없어…가격은 약점

신형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사진 제공=기아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의 입지는 중장기적으로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탄생해 두 차의 장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단점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에서 하이브리드는 전기차와 다르다는 이유로 친환경차로 분류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내연기관차보다 비싸고 정부 보조금을 받는 동급의 전기차와 비슷하기 때문에 가격 메리트가 없다. 가격 문제를 논하지 않더라도 하이브리드 자동차 특유의 회생 제동 때문에 이질감을 느끼고 운전에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기아(000270)가 새로 내놓은 하이브리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스포티지는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구매를 고려해 볼만한 하이브리드차다. 스포티지는 기아가 독자 개발해 1993년 처음 출시한 차로 국산 SUV 중 최장수 모델이다. 이번에 새로 하이브리드를 라인업에 넣으면서 1.6 가솔린 터보 엔진과 44.2㎾ 출력을 내는 전기모터가 들어갔다.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주행 효율성도 공인 복합연비 기준 16.7㎞/ℓ로 하이브리드차의 매력을 갖췄다.



외관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중형 SUV라고 느껴질 정도로 차체 크기가 커졌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 제원 상으로도 이전 세대보다 전장 175㎜, 전폭 10㎜, 전고 25㎜, 축간거리가 85㎜ 늘어났다. 이 때문에 뒷좌석 공간도 넉넉해져 패밀리카 용도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 <’ 형태로 배치된 전면부의 주간 주행등이 가장 인상적이다. 눈을 질끈 감은 이모티콘을 떠오르게 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호감을 주는 요소들이 좀 더 눈에 들어왔다. 심플한 후면부와 함께 전반적으로 디자인 측면에서 혹평을 받았던 이전 세대 모델보다는 나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신형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사진 제공=기아




본격적으로 주행을 시작하자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일반 도로 주행 중 에코 모드로 저속 주행을 했는데 모터로 달리는 만큼 정숙성이 빛을 발했다. 전반적으로 SUV가 아니라 세단을 운전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조용하고 기존 가솔린, 디젤 모델보다 진동도 적었다. 가장 높게 평가하고 싶은 점은 승차감으로 과속방지턱과 같은 요철을 통과할 때도 떨어진다는 느낌 없이 부드럽게 넘어갔다. 여기에 브레이크 감도가 부드러워 도심에서 브레이크를 많이 쓰는 상황에서 발목의 피로감이 덜했다.

고속도로로 진입하자 하이브리드 차로서 기대 이상으로 치고 나가는 힘이 느껴졌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엔진과 구동 모터를 조합해 시스템 최고 출력 230마력, 시스템 최대 토크 35.7㎏f.m을 자랑한다. 이에 가속 페달을 밟으면 시속 150km까지는 금세 도달하고 고속 주행 중에도 차량이 힘들어하는 느낌은 없었다. 다만 달리는데 초점이 맞춰진 SUV는 아닌 만큼 하이브리드 차로서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엔진과 모터의 힘이 합쳐져야 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추월 가속을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고속 주행 후 돌아오는 길에는 첨단 운전 기능을 본격적으로 사용해봤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에는 승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다양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적용됐다. 고속 구간서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기능을 사용하니 자율주행이 거의 가능했다. 앞차와 간격이 자동으로 조절되며 속도를 높이고 낮췄고 차로가 유지되며 핸들 역시 차로 유지를 보조했다. 이에 운전자는 핸들에 손을 얹은 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며 전방을 주시하기만 하면 됐다. HDA 적용 시 차선 변경도 방향지시등만 키면 자동으로 이뤄져 초보 운전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신형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실내 모습/사진 제공=기아


시승을 마치고 운전자로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를 판단할 때 최종적으로 고려할 지점은 결국 가격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트림별로 프레스티지 3,109만 원, 노블레스 3,269만 원, 시그니처 3,593만 원으로 판매된다. 가솔린·디젤 모델이 2,000만 원 대 중반에서 시작한다는 점과 비교하면 부담이 되는 액수다. 또한 시승차 수준의 옵션을 맞추려면 가격은 더 올라갈 수 있다. 최근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 중 4,000만 원 대의 차량이 많이 출시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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