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형 가전기업이 북미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이는 것은 방대한 특허가 기반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 가전 업체들이 국제 특허 출원을 늘리며 국내 업체들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 향후 특허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특허청은 세탁기와 냉장고 분야 미국 특허출원을 분석한 결과 국내 가전업체들이 경쟁사 대비 더 많은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세탁기 분야에서는 LG전자가 1,102건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했다. 삼성전자와 위니아전자는 각각 493개, 184개로 4위, 6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냉장고 특허는 LG전자가 764건으로 1위를 보였다. 2위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355건 특허를 미국에서 출원했다. 세계 가전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 지난 10년 간 국내 주요 가전기업들이 백색가전 분야 특허 출원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10년 간 이어진 기술개발은 높은 시장점유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북미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 생활가전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21%), LG전자(19%)가 나란히 1, 2등을 차지했다. 현지 업체 월풀은 16.5%였다. 특히 LG전자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3조5,000억원 달성하며 최대 경쟁사인 월풀의 매출(11조9,000억원)을 넘어섰다.
다만 최근 중국 가전업체의 특허 출원이 급증하면서 중장기적인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 중국 가전업체는 IP5개국(한국, 미국, 유럽, 중국, 일본)에서 특허 출원 순위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중국의 대표 가전기업 하이얼그룹과 메이디(MIDEA)는 2011~2020년 IP5개국 백색가전 분야 특허 출원 1위를 싹쓸이 하고 있다. 하이얼은 세탁기 부문 특허 다출원 1위다. 메이디는 냉장고와 에어컨 분야 1위다.
이에 최근 특허청은 국내 업체들의 특허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사례집을 발간했다. 신규 연구개발은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한 데 비해 모방은 쉬운데도 엄격한 특허성 판단으로 특허를 획득하기 어려워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뒤처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장호근 특허청 가전제품심사과 심사관은 “특허청은 국내 백색가전 업계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케이(K)-가전이 전 세계 시장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특허경쟁력 확보에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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