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신호와 환율 불안 등으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연기금이 꿈틀대고 있다. 특히 연기금은 카카오뱅크(323410)와 크래프톤(259960) 등 새내기 주들을 대거 사들이며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모습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식시장의 큰 손으로 꼽히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이달 초부터 약 2주간 유가증권 시장에서 8,432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최근 2주일 동안은 2,354억 원을 순매수하며 매도 폭을 줄였다.
연기금이 이달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카카오뱅크(5,256억 원)와 크래프톤(5,064억 원)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은 각각 이달 6일과 10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새내기 주들이지만 외국인·기관 투자가들의 거센 매수세에 힘입어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11위(39조 8,134억 원), 코스피 16위(24조 3,023억 원)를 꿰찬 대형주들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특히 연기금의 경우 두 종목을 상장한 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수했다. 실제 카뱅에 대해서는 15거래일, 크래프톤은 13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기록 중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달 직접 운용하는 코스피 종목을 코스피200에 더해 50개 더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대형 새내기 주들이 여기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카뱅·크래프톤의 경우 코스피 200 지수 조기 편입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기금이 비중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기금이 다음으로 많이 사들인 종목은 올 들어 증시에서 가장 소외 받은 섹터로 꼽히는 바이오 종목들이었다. 연기금은 이달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068270)을 각각 906억 원, 784억 원씩 사들였다. 연기금의 순매수 상위 5번째 종목은 역시 지난해 10월 상장해 증시 데뷔가 1년도 채 안된 새내기 주 하이브(352820)였다
반대로 연기금이 비중을 덜어낸 종목들은 코스피 시총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수출·경기민감주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기금은 삼성전자(005930)를 3,964억 원치 순매도해 가장 많이 팔았고 SK하이닉스(1,728억 원), 현대차(1,358억 원), 엔씨소프트(036570)(1,261억 원), 삼성SDI(006400)(977억 원), 네이버(838억 원) 순으로 매도 비중이 컸다. 증권가는 국민연금 등이 중장기 플랜에 따라 국내 주식 투자의 비중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새내기 주를 대거 사들이면서 기존에 대량 보유하고 있는 국내 주식을 팔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