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공을 얻게 될지, 책임을 지게 될지를 따지지 않고 (오직 국민만 생각한다면) 우리가 성취하는 일과 도달할 수 있는 곳에 한계는 없다.”
취임 후 2년여 만에 금융위원회를 떠나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민을 위한 금융위’가 돼달라고 당부했다. 은 위원장은 전대미문의 코로나19의 위기에서 실물경제와 금융 안정 지원을 위한 소방수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은 위원장은 30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공직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문구를 들려주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은 위원장이 인용한 이 말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명언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평소 후배들에게 언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은 위원장이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에 임명됐을 때 공직 선배가 전해준 문구로 수출입은행장·금융위원장 재직 기간 동안 항상 마음속에 깊이 새겼던 문구라고 소개했다.
이날 은 위원장은 지난 2년간 금융위의 가장 큰 성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기여한 점을 꼽았다. 은 위원장은 “175조 원+알파라는 역대급 규모의 금융 안정 대책을 통해 시장 불안을 조기에 잠재웠다”며 “신속한 정책 대응으로 기간산업의 연쇄 도산 및 대규모 고용 불안을 막았다”고 언급했다. 전임인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부터 이어진 금융 혁신 모멘텀, 법정 최고 금리 인하, 중금리대출 확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등 소비자 보호 및 서민금융, 뉴딜금융 등 혁신 분야 마중물 공급 기반 등을 성과라고 평가했다.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앞서 은 위원장은 지난 4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며 “(젊은이들이)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얘기해줘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됐었다. 이에 대해 은 위원장은 “‘잘못된 길’과 ‘어른이 얘기해야 한다’는 부분이 서로 떨어져 있었는데 합쳐져 (논란이) 더 커졌다”면서도 “가상자산 시장이 과열된 데 대해 누군가, 언젠가는 얘기해야 하는 것이었고 마침 정무위에서 질문이 나왔기에 대답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임식에서 은 위원장은 최 전 위원장과 고승범 위원장 후보자가 함께 근무한 인연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배틀그라운드에 보면 마지막에 옆에 있는 사람이 자기를 살려준다”며 “옆에 있는 동료가 소중한 자산임을 최종구·은성수·고승범과 배틀그라운드 케이스로 봤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고승범 금융위원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고 위원장의 임기는 31일부터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는 27일 고 위원장에 대한 인사 청문회를 마친 뒤 곧바로 경과 보고서를 합의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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