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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도시] 동네 안전 지키고 동네 풍경 살리다

[강남구 세곡동 '119안전센터']

◆기존 소방서의 틀을 깨다

가시성 앞세운 튀는 관공서 이미지 탈피

주택가와 어우러지게 붉은 벽돌로 마감

◆휴식·출동…두 마리 토끼 잡다

소방관 휴식 공간은 '대모산뷰'로 설계

도로와 평행한 도로…신속 출동도 쉽게

서울 강남구 세곡동 주택가에 위치한 '세곡 119안전센터'의 외관. 인근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가운데 남쪽으로는 대모산 자락에 접해 있다. /사진제공=박영채 사진작가




‘119안전센터’라고 하면 빨갛고 화려한 소방서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은 더 작은 동네 단위를 담당하는 이른바 ‘동네 소방서’다.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 지킴이지만 동네 단위에 충분히 녹아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달린다. 이에 한 건축가는 공공기관 건물에 대해 깊이 있는 물음을 던졌다. “기능적 측면만 강조하는 것 외에 주변과 어울려 살 수 있는 공공건축물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 또 그 안에서 생활하는 소방관을 위한 시설은 충분히 갖춰져 왔는가.” 지난 2018년 개소한 ‘세곡 119안전센터’는 이러한 고민 끝에 탄생했다.



<주택가 사이에 스며든 붉은 벽돌 소방서>

세곡 119안전센터는 화려하지 않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기능을 충실히 수

행하는 한도에서 동네 소방서로서 인근 주택가 사이에 완전히 녹아드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 끝자락의 세곡동 주택가로 둘러싸여 있는 이 건물은 소규모인 데다 박공 모양의 벽돌 건물 형태여서 이질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소방서’라는 시설의 목적에 부합하면서 함께 살아가야 할 지역 주민들까지 고려한 건축가의 고민이 깊이 깃든 결과다.

소방서라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는 강렬한 붉은색과 어디서도 눈에 띄는 큼직한 ‘119’ 간판이다. 시민들의 눈에 잘 띄도록 가시성에 우선순위를 둔 탓이다. 세곡 119안전센터 또한 붉은색을 사용했지만 ‘튄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건물은 주택 설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박공 지붕에 붉은 벽돌 마감으로 처리했고 나머지 부분은 파이프를 늘어세운 모양의 외벽 마감재를 사용했다. 늘어선 파이프는 소방호스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시각적으로 대비가 이뤄진 멋들어진 외관 탓에 형태만 보면 잘 지은 집 또는 사무실처럼 보인다. 벽돌 건물 부분에 장식처럼 새겨진 ‘119’ 글자와 건물 한쪽 끝에 내걸린 119안전센터 간판이 이 건물의 정체성을 내보이고 있을 뿐이다. 건물을 설계한 임영환 건축가(홍익대 건축학부 교수)는 “세곡 119안전센터가 가시성만을 앞세운 전형적인 관공서의 틀에서 벗어나기를 원했다”며 “주택가와도 어울리고, 주민 기피 시설이 아닌 앞장서서 반기는 시설이기 바랐다”고 설명했다.

건물은 총 3개 층으로 구성됐다. 1층은 업무 공간이면서 소방차·구급차가 언제든 출동할 수 있는 차고와 맞닿아 있다. 2층은 대기 공간으로 언제 출동할지 모르는 소방관 업무 특성상 업무 공간으로 봐야 적당하다. 3층은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는 소방관들의 휴식 공간이다. 전체적인 외관 중 가장 크게 눈길을 끄는 3층의 붉은 벽돌 부분은 체력단련실 등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는 공간이다. 외관뿐 아니라 형태적으로도 대비되는 구조다.



'세곡 119안전센터'는 화려한 붉은색으로 도장된 일반적인 소방서와 달리 친근하면서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븕은 벽돌로 마감된 집 형태다. 나머지 벽은 소방서의 '소방 호스' 이미지를 차용한 파이프를 늘어세운 형태로 대비를 이뤘다. /사진=박영채 사진작가


<휴식과 출동, 두 마리 토끼 잡은 설계>

주택가라는 점 외에 이 건물은 대모산 자락에 맞닿아 있는 지리적 특징을 갖췄다. 남쪽에 자리 잡은 대모산은 1년 내내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변화를 보여준다. 건축가는 이런 자연환경 속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소방관들이 찰나의 휴식을 즐길 수 있기 바랐다. 소방서의 차고는 북쪽의 주택가에 맞닿게 하고 대기·휴식 공간을 남쪽 대모산으로 향하게 했다. 여성 소방관이 머무는 대기실은 대모산과 바로 마주한다. 3층 식당에는 대모산을 곧장 바라볼 수 있는 커다란 창이 있다. 체력단련실 양옆으로는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테라스와 텃밭을 뒀다. 이처럼 ‘휴식’에 공을 들인 것은 소방관 업무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이 건물의 일차적 사용자를 위한 기능적 목적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신속한 출동’이라는 최우선 과제에 밀려 항상 뒷전이 돼온 소방관들이었지만 이곳에서는 적절한 구획 설계를 통해 넉넉한 휴식 공간을 부여받았다.

세곡 119안전센터는 주택가에 인접한 공공건물이지만 주변 주택들과 이질감이 거의 없다. 소방관들이 쓰는 체력단련실 양 옆에 위치한 테라스와 텃밭은 공공기관의 딱딱한 느낌 대신 사람이 사는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사진=디림건축


당연한 얘기지만 기능적 목적이 공공 안녕을 위한 ‘소방서’인 만큼 신속한 출동을 위한 부분도 충실히 반영돼 있다. 건물은 왕복 8차선 도로에 면해 있는데 최소한의 시간으로 도로에 진출해 출동할 수 있도록 건물과 도로가 평행하게 배치됐다. 서두르다가 사고가 나지 않도록 위급 상황에서도 전면 도로 상황을 충분히 살필 수 있게끔 전면에 여유 공간도 넉넉히 뒀다. 2층에 위치한 센터장실은 건물 앞쪽으로 3m 정도 튀어나와 있다. 언제나 출동 상황을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소방관 대기실과 회의실은 차고 주변으로 둘러 배치해 창을 통해 1층 차고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했다. 계단실은 복도와 같은 폭으로 일직선으로 연결돼 있어 2층과 3층 대기실에 머물던 소방관들이 안전하고 신속하게 차고로 이동할 수 있게 돼 있다.

세곡 119안전센터의 설계는 서울시 공공건축가 다섯 팀이 경쟁한 공모로 진행됐다. 지금까지의 관공서 건물은 기능적인 것을 강조한 측면이 뚜렷했지만 최근 들어 공공건축물에 대한 발주처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주변 도시 환경과의 ‘적절한 조화’에 대한 고민이 깃들고 있는 것이다. 전형적인 형태와 다른 119안전센터가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세곡 119안전센터는 지난해 서울시건축상 우수상 수상작으로도 선정됐다. 임 건축가는 “기능 충족이 계획의 기본이겠지만 단순히 기능만 만족시키는 건물을 설계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119안전센터는 소방시설이지만 소규모이고, 동네 주택가에 인접해 들어서는 공공건축으로 주변 도시문맥에 조화롭게 녹아든 점을 좋게 평가해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축가는 이곳을 설계하면서 신속한 출동이라는 소방서 본연의 역할 뿐 아니라, 이곳에서 항시 대기하는 소방관들의 휴식 기능에 특히 주목했다. 휴식공간은 남측에 접한 대모산을 바라보도록 만들어 사시사철 변하는 자연의 변화 속에서 휴식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디림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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