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영화학(003720)그룹이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전기·수소차 부품 및 친환경 소재 개발이 점차 탄력을 받고 있다. 경영 갈등 등 회사를 둘러싼 논란들이 일단락되면서다. 회사의 주력제품인 식품포장용 필름 등의 가격 인상에 힘입어 본격적인 경영 성과 개선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삼영화학은 9일 “재활용 가능 식품포장용 PE 필름 개발 사업이 올 상반기에 강소기업100의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지난 7월 개발방식을 대폭 보완한 BOPE 필름’ 개발에 대해서는 올 하반기 정부 지원 사업으로 최종 확정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영화학은 올 하반기부터 4년 동안 정부의 기술혁신 개발비를 지원받게 된다. 식품 연포장용 BOPE 필름은 재활용이 가능해 친환경 포장재 소재로 사용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영화학이 지난해부터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인 친환경 식품포장용 PO랩은 세계적으로 제조와 수출입이 법으로 규제되고 있는 공해유발 PVC랩을 대체할 수 있게 된다. 삼영은 이 두 가지 친환경 식품포장재의 시제품 테스트를 올 안에 끝내고 내년부터는 양산체제로 들어간다.
삼영화학은 또 지난 2019년부터 정부지원을 받아 개발 중인 전기 수소 자동차용 2.3마이크론 두께 초극초박막 캐파시터 필름이 이달 말로 정부지원 2년 시한이 끝나더라도 독자적 보유 자금으로 연내 시제품 테스트를 완료하기로 했다. 이석준(사진) 삼영화학 대표는 “창업주인 이종환 명예회장이 모든 전자제품의 핵심 소재인 3마이크론급 캐파시터 필름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세계 3대 메이저로 키웠다”며 “이제 세계적 기술 인맥과 자금 동원력을 지원 받게 돼서 2.3마이크론 초극초박막 캐파시터 필름의 개발을 촉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 필름의 양산을 위해 지난해 프랑스에 발주해 둔 270억원 규모의 최첨단 기계설비도 내년 중반까지 조기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시험생산을 거쳐 23년 초 부터는 양산체제로 앞당겨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올 6월 전기차용 초박막 캐파시터 생산시설에 270억 원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 해 영업이익이 13억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과감한 투자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통해 프랑스에 발주해 둔 최첨단 기계 설비를 내년 중반까지 조기 도입하고 2023년 초부터는 양산 체제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삼영그룹의 주력회사인 삼영화학은 포장용 필름 등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기업이다. 식품포장용으로 쓰이는 BOPP와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캐파시터 필름이 전체 매출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1959년에 설립돼 국내 1호 화학사로 오랜 업력을 자랑하는 삼영은 최근 창업주인 이종환 명예회장과 이석준 대표의 부자 간 경영권 분쟁으로 논란이 일었고 실적도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수년 간 적자를 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부자는 극적 화해에 성공했고 경영권 갈등 국면도 마무리됐다. BOPP와 캐파시터 필름 분야의 매출도 개선되고 있어 올 하반기 경영 성과가 기대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회사 측은 “3분기 원재료 가격의 안정으로 원가율이 향상됐고 캐파시터 필름도 가격이 인상돼 올 3분기 최대 실적이 나올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특히 삼영화학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전기·수소차용 캐파시터 개발에 가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캐파시터 필름은 전자제품, 태양광 인버터에 쓰이며 전기 흐름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삼영화학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며 세계 3대 위치에 올라서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큰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수소차용 초박막의 경우 일본의 도레이가 독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영화학은 현재 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이른 성과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재활용이 가능한 식품포장용 BOPE 필름 개발도 적극적이다. 앞서 회사가 내세웠던 식품포장용 PE 필름 개발 사업은 정부의 ‘강소기업 100’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하지만 회사는 개발 방식을 대폭 보완했고 결국 새 제품 BOPE를 내세워 7월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4년 동안 정부의 기술혁신 개발비 16억 1,000만 원을 지원받게 됐다.
또 삼영화학이 지난해부터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인 친환경 식품포장용 PO 랩도 주목받고 있다. 삼영은 BOPE와 PO 등 친환경 식품포장재의 시제품 테스트를 올 안에 끝내고 내년부터는 본격 양산체제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포장재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데다 회사의 설비 보완과 적극적인 투자 방침이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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