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뿐 아니라 국내 주식 한 주를 소수점 단위로 사고팔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황제주(한 주당 가격 100만 원 이상)’ 등 주당 단가가 높은 주식을 커피 한 잔 값에 매매할 수 있게 해 소액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해외 주식은 올해 말, 국내 주식은 내년 3분기 쪼개기 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며 소수점 투자자는 지분만큼 배당금을 수령할 수 있지만 의결권은 제한된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3분기까지 국내 주식의 소수 단위 매매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원래 소수점 단위 매매는 해외 주식 거래에 한해 신한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에서만 지원해왔는데 이를 국내 주식으로도 확장한다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 수’가 아닌 ‘금액’ 단위로 국내 주식을 사고팔 수 있게 된 셈이다. 또한 일부 증권사에만 허용됐던 해외 주식의 소수점 매매 서비스도 올 연말까지 국내 주요 증권사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기존엔 국내 주식은 최소 1주 단위로 매매가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0.1주, 0.01주 단위로도 주식을 매매할 수 있도록 해 주가가 비싼 종목도 누구나 원하는 만큼 매매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소규모 투자 자금으로도 손쉽게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이며 기업의 액면분할 결정 없이도 투자자는 저가에 원하는 주식을 담을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LG생활건강(051900)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LG화학(051910) 등 주가가 100만 원에 달하는 종목에 대해서도 0.01주 혹은 1만 원 단위로 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LG생활건강 주가는 주당 138만 7,000원에 달하는데 투자자는 이를 0.01주만 구매해 단돈 1만 3,870원으로 이 주식에 투자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해외 주식의 경우 소수점 아래 여섯째 자리까지 매매를 지원하고 있다”며 “향후 전산 개발 상황 등을 고려해 국내 주식에 대해서도 유사한 수준으로 운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는 배당금 등 기존의 경제적 권리를 그대로 누릴 수 있다. 신탁 제도를 활용해 온주를 여러 개의 수익 증권으로 분할 발행하기 때문이다. 다만 주주총회 의결권은 소수점 투자자가 아닌 한국예탁결제원이 대신 행사하게 된다. 현행법에서 소수지분 의결권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칙상 전 종목의 소수점 주식 거래가 가능해야 하지만 시스템 구축에 드는 비용·시간을 고려해 거래가 가장 활발한 코스피200 종목부터 소수점 거래의 길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는 이번 소수점 단위 매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다음 달부터 서비스 제공을 원하는 증권사 신청을 받아 시스템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한 부문이지만 “신속한 시행이 필요하다”는 업계·투자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혁신금융서비스로 먼저 선정한 후 법령 개정을 검토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소수점 주식 거래는 자본이 많지 않은 2030 젊은 층에게 큰 호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 십 만원에 달하는 우량주에 대한 문턱이 크게 낮아지고 소액 투자자들은 적은 금액으로 포트폴리오 다양화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소수점 주식 투자가 가능해지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주린이('주식'과 ‘어린이’의 합성어)'들도 고가인 우량주에 쉽게 투자할 수 있다”며 “1만 원, 10만 원 단위로 남는 금액 없이 전부 투자가 가능해진다는 이점도 있다"고 밝혔다.
그간 소수점 거래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핀테크 업체도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김대홍 카카오페이증권 대표는 “국내외 주식 소수점 거래 허용안을 매우 환영하며 누구나 소액으로 꾸준히 투자하는 새로운 문화를 확산에 힘쓰겠다”며 “주식 소수점 거래를 위한 관련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여 연내 출시 예정인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출시에 맞춰 해외 주식의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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