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투자 상품의 영업점 밖 판매의 발목을 잡았던 방문판매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영업점 이외의 공간에서도 금융 투자 상품 판매는 더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방판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예금·투자·대출·보장성 금융 상품을 방판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켜 기존에 방판법과 금융소비자법이 중복 적용되는 부작용을 해소했다. 본회의를 통과하면 금융 상품 방문판매는 금융소비자법의 적용만 받게 된다.
그동안 방판법은 금융 상품 방문판매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방판법 8조에 따라 소비자의 단순 변심만으로도 14일 이내 청약 철회가 가능해서다. 그 사이 발생하는 상품의 가치 변동은 판매사가 떠안아야 했다. 국내 금융 상품 방문판매 시장이 성장할 수 없었던 배경이었다. 이런 까닭에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금융 상품 방문판매에 대해서는 청약 철회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금융계는 지속적으로 방판법 개정을 요구해왔지만 번번이 좌초됐다. 방판법만으로는 금융 상품의 불완전 판매를 막을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이종걸 의원이, 20대 국회에서는 이종걸·박용진 의원이 금융 상품 청약 철회 조건을 완화하는 방판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3월 금융소비자법이 시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소비자법은 금융 상품에 대한 소비자 보호와 금융사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제정됐다. 방문판매로 인한 소비자 보호를 대신하게 되면서 방판법 개정안에 힘이 실렸다. 방판법이 아니라 금융소비자법을 통해 금융 상품 방문판매를 활성화하면서도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를 없앨 길이 열린 셈이다. 금융소비자법에는 금융 상품의 종류에 따라 각각 특성에 맞게 청약 철회 기간과 투자액 반환 의무가 규정돼 있다.
금융 투자 업계는 개정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방문판매 확대로 소비자 접근성이 확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규제가 완화된다는 측면에서 판매사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다른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법에 여전히 철회 기간이 남아 있어 개정안이 상품 시장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6년 말 48조 원 규모이던 국내 주식형 펀드는 지난달 말 30조 원까지 줄었고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액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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