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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충격에 車·철강 직격탄···기관 9일간 3조 투매

[세계 증시 '검은 금요일']

제조업 비용 증가에 실적악화 우려

"조정장 길어진다"…기관 이탈 가속

개인 7,611억 사들였지만 역부족

"구조적 하락보단 단기조정" 관측도

코스피지수가 급락하며 3,020선이 깨진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주식 시세판을 바라보고 있다. /오승현 기자




경기가 둔화하는데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번지며 한국은 물론 글로벌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 18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률(4.08%)로 마감했던 코스피는 10월 첫 거래일에도 외국인·기관의 증시 이탈이 이어지며 50포인트 가까이 지수가 빠졌다. 원자재·에너지 값이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제조 업체들의 비용 증가에 대한 부담이 커지며 제조업 중심의 아시아·신흥국 증시 투자 위축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9.64포인트(1.62%) 내린 3,019.18에 장을 마쳤다.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졌던 3,050선이 무너졌다. 코스피는 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0.41% 내린 3,056.21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낙폭을 키웠다. 장중에는 1.75%까지 내려가며 3,015.01까지 하락해 3,00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외국인·기관이 코스피·코스닥 양대 증시를 동시 매도하는 등 수급 측면에서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각각 3,034억 원, 4,873억 원을 순매도하며 증시 하락을 이끌었다. 개인이 7,611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대응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기관의 한국 증시 이탈에는 이번 주 내내 발생했던 글로벌 악재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아시아 지역의 경제 봉쇄(셧다운)가 촉발하고 있는 공급망 차질과 중국 전력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 원자재·에너지발 인플레이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긴축 시그널, 중국 헝다그룹발 금융 리스크, 미국의 부채 한도 협상 난항 등 겹겹이 쌓인 악재들이 해소되지 않은 채 불안을 키웠다.

특히 공급망 병목현상과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은 제조업의 비용 부담을 늘리며 제조업 기반 기업들의 이익 전망을 악화시키고 있다. 한국·일본·대만 등 제조업 비중이 높은 아시아·신흥국 증시의 충격이 유달리 큰 이유다. 실제 이날 코스피에서는 삼성전자(-1.21%), SK하이닉스(-2.91%), 현대차(-3.25%), 기아(-3.57%) 등 대형 수출 제조 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포스코(-1.82%), 두산중공업(-4.14%), 한국조선해양(-4.90%) 등 공급망 차질 영향이 큰 기계·철강금속 등의 업종도 약세를 보였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반적인 인플레이션은 경기가 활성화돼 소비가 늘어나면서 일어나는 현상인데 지금은 공급의 병목현상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면서 물가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나쁜 인플레이션’이 결과적으로 경기를 나쁘게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이 전환되리라는 우려가 커지자 증시가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관투자가들의 투매가 이어지며 코스피는 걷잡을 수 없는 하락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기관투자가는 지난달 27일 83억 원 순매수한 것을 제외하고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코스피를 팔아치웠는데 이 기간 동안 매도 금액만 3조 원에 이른다. 특히 증권사의 자기자본 투자로 해석되는 금융투자의 매도세가 강했는데 9월 15일 이후 10거래일 동안 코스피에서만 2조 4,00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투자 기관은 단기적인 투자 성향이 강하고 호·악재에 빠르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는데 단기적으로 조정장이 펼쳐지리라는 전망이 강했던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도 9월 한 달 동안 코스피를 1조 원 가까이 순매수하는 등 돌아오는 듯 보였지만 최근 다시 매도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외국인투자가들은 9월 들어 28일까지 삼성전자만 1조 4,814억 원을 사들였지만 최근 4거래일간 다시 5,200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7만 7,000원선에 머물며 8만 원까지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던 삼성전자는 4거래일 연속 하락해 7만 3,600원까지 주가가 내려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나 홀로 순매수 장세를 펼치며 증시 하단을 지지하고 있지만 최근 금융 당국의 대출 옥죄기 속에서 개미들의 ‘매수 여력’ 역시 한계에 도달할지 모른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증권가는 한국 증시가 구조적·추세적 하락장에 돌입하기보다는 ‘단기 조정’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강하다. 김희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9월에는 대외 악재가 만연했음에도 수출은 일평균·월간·분기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공급망 차질과 중국 전력난에 따른 생산 차질 등의 이슈가 있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아세안 지역의 경제 봉쇄가 점차 완화되는 연말로 가면 병목 완화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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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부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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