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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의 아트레터] 차이나타운의 뚝심 있는 라일즈앤킹 갤러리

허름한 차이나타운서 최근 수년간 급성장

덜 대중적인 신진 아티스트 소개하며 주목

뉴욕 차이나타운의 라일즈 앤 킹 갤러리가 선보인 젊은 작가 카탈리나 우양의 설치작품.




지난 1년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동안 뉴욕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헨리(Henry)스트리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 지역은 동·서양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이며, 상대적으로 갤러리들이 밀집된 첼시에 비해서 상업화가 덜 진행됐다. 허름한 창고를 비롯한 중국 식당과 식료품점이 즐비한 이 거리에 코로나 기간 공실이 늘면서 화이트 큐브 형태의 소형 갤러리들이 새로 문을 열고 있다. 그중 헨리스트리트에서 규모가 가장 큰 라일즈 앤 킹(Lyles & King) 갤러리의 최근 행보가 돋보인다.

갤러리 디렉터이자 대표인 아이작 라일즈(Issac Lyles)는 뉴욕 미술업계에서 단단하게 입지를 다지고 있는 인물이다. 학사와 석사 모두 미술사를 전공하였으며, 앤서니 엘름스(Anthony Elms) ICA 필라델피아 학예실장과 많은 전시를 기획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데렉엘러(Derek Eller) 갤러리에서 일하게 된 것이 본격 아트 비즈니스 진입의 계기였다. 갤러리스트로서 아티스트와 소통하는 법, 컬렉터와 교류하는 경험을 축적한 라일즈는 2015년 자신의 이름으로 갤러리를 열었다. 처음에는 뉴욕 로워이스트 사이드에 작은 갤러리를 차렸다가 최근 차이나타운 헨리스트리트로 추가 확장을 진행했다.

아이작 라일즈 라일즈 앤 킹 갤러리 대표. /사진제공=라일즈 앤 킹 갤러리


물론 코로나가 절정이던 지난해 상반기에는 오프라인 전시를 진행할 수 없어 라일즈 앤 킹 갤러리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대신 갤러리는 뉴욕 지역 작가들의 갤러리 프로그램을 조직하는 일에 집중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부터는 크리스 돌랜드(Chris Dorland)의 전시를 포함해 예일대 MFA쇼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고객들과 이메일로 소통하는 창을 넓혔으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아티스트와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전략을 추가했다.

라일즈 앤 킹 갤러리는 관객에게 덜 알려진 중견·신진 작가 발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카탈리나 우양(Catalina Ouyang)과 제시 매킨슨(Jessie Makinson) 같은 20~30대의 젊은 아티스트를 소개하기도 하지만, 미라 쇼어(Mira Schor)와 같은 원로 작가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수면 위로 드러나 있지 않은 아티스트들의 작품과 각 아티스트들이 가지는 목표를 실질적으로 실현시켜 주기 위해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뉴욕 라일즈 앤 킹 갤러리가 선보인 젊은 작가 카탈리나 우양의 전시 전경.




라일즈 대표는 “뉴욕 자체가 경쟁이 치열한 도시이기 때문에 갤러리를 운영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미술 작품의 트렌드도 너무 빨리 바뀌기 때문에 갤러리스트로서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에 부담과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동시대의 이슈와 트렌드에 대한 자각은 하되 유행과 상관없이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어 있는 아티스트 발굴에 집중하고자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아티스트와 갤러리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그림을 꿈꾸고 있다.

라일즈 앤 킹 갤러리는 최근 카탈리나 우양의 전시를 선보였다. 기존 조각의 물성, 내러티브에 반하는 독특한 예술적 관행이 있어 현지 언론에서도 주목해야 할 신진 아티스트로 꼽았다. 지난 달 뉴욕의 주요 아트페어 중 하나인 아모리쇼에는 제시 메킨슨의 작품들을 내놓았다. 전시했던 페인팅과 조각들은 모두 완판됐고, 많은 현지 매체들이 이 전시 기획을 흥미롭게 다뤘다. 스위스 바젤에서 화려하게 열린 아트바젤에서는 페미니즘의 선두 작가로서 미라 쇼어의 작업을 소개했다.

라일즈 앤 킹 갤러리가 뉴욕 아모리쇼에서 선보인 제시 매킨슨의 작품들.


라일즈 대표는 내년 서울에서 키아프와 프리즈 아트페어의 동시 개최를 두고 아시아 미술 시장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대다수의 갤러리 고객이 미국과 유럽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갤러리 프로그램이 아시아의 더 많은 관객에게 노출될 수 있다면 매우 흥미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코로나 때문에 내년에 각 나라의 국경이 자유롭게 열릴지는 아직 의문이지만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뉴욕=엄태근 아트컨설턴트



※필자 엄태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뉴욕 크리스티 에듀케이션에서 아트비즈니스 석사를 마친 후 경매회사 크리스티 뉴욕에서 근무했다. 현지 갤러리에서 미술 현장을 경험하며 뉴욕이 터전이 되었기에 여전히 그곳 미술계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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