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상업용 중소형 건물인 ‘근린생활시설’의 매각가율(낙찰가율)이 치솟고 있다. 올 들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다주택 규제가 본격화한 후 부동산 투자 수요가 이른바 ‘꼬마빌딩’으로 불리는 중소형 빌딩으로 몰리면서 품귀 현상이 일자 관련 경매시장까지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올 들어 1월부터 10월 초까지 서울에서 경매를 통해 매각된 근린시설은 총 91건으로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125.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낙찰가율 89.6%보다 35.8%포인트나 뛰어오른 수치이자 법원이 근린시설에 대한 경매 데이터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2007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낙찰가율이다.
낙찰가율은 감정가와 비교해 실제 낙찰 받은 가격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나타낸다. 100%를 넘으면 감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낙찰 받았다는 의미다. 서울 근린시설의 낙찰가율이 100%를 넘은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특히 올해는 주택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경매시장에서 서울 아파트의 낙찰가율도 역대 최고치(108.9%)를 기록했지만 근린시설의 낙찰가율(125.4%)은 이보다도 16.5%포인트 높았다.
경매 건수 대비 낙찰 건수의 비율 역시 올해 26.6%로 지난해(17.4%)보다 높아졌다. 다만 2018년(28.6%%)이나 2019년(26.3%) 등 예년과는 비슷한 수준으로 입찰자들이 입지와 수익성이 괜찮은 물건에 한해 과감하게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동대문구의 한 중소형 근린빌딩은 감정가가 17억 4,148만 원이었으나 낙찰가는 이보다 두 배가 넘는 35억 1,500만 원이었다. 도봉구에서도 한 근린시설이 올 들어 감정가 144억 5,632만 원에 입찰이 진행된 후 실제로는 255억 2,331만 원(낙찰가율 173%)에 낙찰됐다.
자치구별로 보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개 자치구에서 낙찰가율이 100%를 넘었다. 동대문구와 도봉구가 201.18%, 173%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으며 성동구(159.3%), 강남구(129.9%), 용산구(121.7%), 강북구(117.4%) 등의 순이었다.
근린시설 경매 낙찰가율이 급증한 직접적인 원인은 주택 규제를 피한 투자 수요가 중소형 빌딩 시장으로 대거 넘어오면서 시장에 매물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경매시장에서 근린시설은 상업용 건물로 내부에 주택이 없고, 상가와 달리 건물 단위로 경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중소형 빌딩 시장 수요에 부합한다.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업체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1,000억 원 미만의 중소형 빌딩 거래는 지난해 1분기와 2분기까지만해도 각각 1조 5,700억 원, 1조 6,400억 원 수준이었지만 3분기 들어 3조 1,700억 원, 4분기에는 3조 6,300억 원으로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올 2분기(3조 4,300억 원)까지 이어지면서 중소형 빌딩은 시장에서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재국 리얼티코리아 팀장은 “수요는 여전하지만 매물이 씨가 말랐다”며 “주택이 없는 상업건물이면서 입지가 좋고, 가격이 높지 않은 빌딩은 이미 손바뀜 됐거나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공실률이 높아진 점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히지만 최근 중소형 빌딩 수요는 임대료 수익보다는 지가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을 노린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팀장은 “금리가 낮은 현재 상황에서는 건물 내 일부 공실이 있더라도 이자만 낼 수 있는 수준의 임대료만 나오면 투자하겠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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