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금융권의 지난 9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전달보다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특히 시중은행은 전달보다 가계대출 증가 폭이 오히려 커지면서 9월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가계대출 증가세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으면서 금융 당국은 다음 주 중 강도 높은 가계대출 추가 규제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13일 9월 중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7조 8,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8월의 8조 6,000억 원에 비해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년 동월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도 9.2%로 8월의 9.5%에 비해 0.3%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대출 항목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에서 증가액이 소폭 감소했다. 9월 전 금융권의 주담대 증가액은 6조 7,000억 원으로 전달(7조 1,000억 원)보다 4,000억 원 줄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 증가액 역시 1조 5,000억 원에서 1조 1,000억 원으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9월 중에 공모주 청약 자금 일부가 일부 환입됐고 추석 상여금으로 대출 수요가 일부 줄어든 점, 카드론 등에서 증가 폭이 축소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9월 중 가계대출 증가는 은행권이 주도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52조 7,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6조 5,000억 원 증가했다. 9월 증가액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올 8월(6조 1,000억 원)보다도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 당국의 대출 옥죄기에도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주담대를 중심으로 자금 수요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769조 8,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5조 7,000억 원 증가했는데 9월 기준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올 8월(5조 8,000억 원) 증가액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주담대 중에서도 전세자금 대출은 2조 5,000억 원이나 늘었다. 반면 제2 금융권의 9월 중 가계대출 증가액은 1조 4,000억 원으로 전월(2조 4,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줄었다. 여신전문금융사(3,000억 원→-7,000억 원), 저축은행(5,000억 원→1,000억 원)으로 증가 폭이 줄어든 점이 영향을 미쳤다.
박성진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은행 대출금리에 시차를 두고 반영이 되기 때문에 이달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대출 수요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의 기업 대출은 분기 말 일시 상환 등 계절 요인에도 7조 7,000억 원 늘어나면서 높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이 7조 4,000억 원 증가하면서 대부분을 차지했다. 분기 말 일시 상환 요인에도 코로나19 자금 지원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설 자금 수요도 확대되면서 증가 규모가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회사채 발행도 금리 상승 전망으로 인한 선발행 수요 등으로 2조 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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