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시중은행의 대출 문이 연일 좁아지고 있다. 올 8월 말 NH농협은행이 부동산담보대출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한 데 이어 지난 20일부터 하나은행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밝힌 후에도 SC제일은행이 주담대를 중단하는 등 연말까지 대출 절벽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이다. ‘대출 보릿고개’에도 Sh수협은행은 중단 없이 대출을 계속 취급하고 있다. 연초부터 본점을 중심으로 전국 영업점의 대출 현황을 수시로 점검한 덕분이다.
11월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진균(사진) Sh수협은행장은 “주담대·전세자금대출·중도금대출 등 일부 가계대출 상품에 대해 물량 관리를 검토하기는 했지만 연말까지 가계대출 중단 없이 총량을 관리해나가기로 했다”며 “금융 서비스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대담=최형욱 금융부장 choihuk@sedaily.com
9월 말 기준 수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 대비 62%, 신용대출 잔액은 29%를 차지했다. 연말까지 2개월 남은 상황에서 대출을 계속 이어가는 데 무리가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 차원에서 모니터링도 철저하게 하고 있다. 본점의 개인금융 총괄 부서에서 주·월 단위로 각 지점의 부문별 대출량을 조절하면서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준수하고 있다.
김 행장은 긴장의 끈은 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시장의 대출 수요가 현저하게 높은 데다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대출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협은행은 2017년 1,296억 원이었던 신용대출이 올해 9월 5,809억 원으로 4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주담대는 4조 5,974억 원에서 11조 7,968억 원으로, 전세대출은 7,217억 원에서 1조 8,184억 원으로 모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들 3종의 대출 상품 모두 9월 기준으로 이미 지난해 말 잔액을 뛰어넘었다.
김 행장은 “다른 시중은행들에 비하면 애초 가계대출 총량을 적게 할당받아 풍선 효과로 대출이 몰릴 경우 금방 대출 한도를 채우게 될 것”이라며 “지금도 사실 시장에서 엄청나게 수협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밀려오고 있어 잘 제어하는 게 핵심”이라고 밝혔다. 특히 내년에도 4~5%대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가 이뤄지고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조기 시행되는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것과 관련해 그는 “(대출 규모가) 작은 은행으로서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면서 “정부가 실수요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려책을 도입하는 만큼 은행도 연간 균등하게 잘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수협은행은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을 취급하는 비중이 더 높았다. 7 대 3으로 기업대출에 치중했던 포트폴리오를 깨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김 행장이었다. 기업대출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뿐 아니라 기업 한 곳만 부실이 나도 은행이 휘청거릴 만큼 리스크가 크다. 은행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현재 수협은행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비중을 45 대 55로 맞췄다.
가계대출 비중이 높아졌지만 은행 간 경쟁력 차이는 결국 기업대출에서 나타날 것이라는 게 김 행장의 생각이다. 금융 당국의 대출 조이기로 가계대출에서 은행들의 성장이 제한되는 만큼 기업대출 유치 경쟁이 불붙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다. 김 행장은 “기업그룹 부행장으로 근무하면서 여신 한도 확대를 호소하는 기업 경영자들이 많았다”며 “기업 고객의 이런 수요를 반영해 차별화된 여신 전략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시중은행과 똑같이 영업해서는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기 어려운 만큼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세운 셈이다.
영업점 인근 사업장과 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판매 중인 ‘Sh소호대출’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이 상품은 중소 상공인에게 최대 대출 한도 10억 원 내에서 담보인정비율을 우대해주는 게 특징이다. 거래 실적에 따라 최대 0.2%의 우대금리를 적용해 최저 연 2.92%의 금리로 이자 부담을 대폭 낮췄다. 2019년 출시해 누적 대출액이 2,250억 원을 기록할 만큼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다. 산업단지·연구개발특구·테크노밸리·지식산업센터 등에 입주한 기업을 위한 전용 대출 상품 ‘산업밸리론’도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품이다. 담보 비율을 90%까지 인정해주고 기존 거래 실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적용해준다. 가령 수협은행과 중도금대출 업무 협약을 체결한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분양 대금의 10% 이상을 납부한 고객에게 분양 대금의 최대 50%까지 중도금대출 지원을 해주고 있다.
김 행장은 “2000년대부터 타 은행보다 빠르게 어린이집·교회에 특화된 대출을 출시해 고객들의 눈도장을 찍었다”며 “실버 산업의 성장성을 예측해 2012년부터 일찍이 요양원 특화 대출을 출시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요양원 대출은 대출 잔액이 2020년 44%, 올해 8월 말 25% 급증해 수협은행 내부에서도 큰 성과를 거둔 ‘특화 대출’로 손꼽힌다.
이 같은 시도에도 주요 시중은행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점은 여전히 수협은행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 행장은 “수협은행은 1금융권 은행이지만 특수은행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어민들이 이용하는 은행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위해 앞장서서 무언가를 해도 시장에서 먹히지 않아 한계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젊은 고객들에게 익숙한 디지털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주변 은행장들에게 모든 은행이 카카오(뱅크)를 따라갈 수 있을까, 카카오가 앞으로 시장을 지배할 것인가 물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답이 많다”며 “과감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수협은행이 앞서가기는 힘들고 후발 주자로 따라가려 한다”고 했다.
김 행장은 젊은 고객층 확보, 디지털 전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신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만기일, 납입 금액, 자동이체 주기 등을 고객이 직접 설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이 입금할 때마다 수협은행의 캐릭터 ‘라온이’가 성장하는 것을 보여주는 DIY 상품을 수협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헤이뱅크’에 출시할 계획이다. 송금 시 고객이 원하는 이미지·이모티콘을 덧붙여 전달하는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두 서비스 모두 내년 7~8월에 출시될 예정이다.
어업인에게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협동조합은행으로서의 역할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수협은행은 해양수산부와 함께 코로나19로 자금난을 겪는 어업 관련 기업, 어업인 지원에 9월 말 기준 총 3,504억 원의 금융을 투입했다. 세부적으로 신규 대출 정책자금 170억 원, 일반 자금 어업인 특화 대출 165억 원, 상환 유예 1,316억 원, 금리 인하 1,853억 원 등이다. 은행으로서는 이들 차주의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내년 추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금리 추가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건전성 관리가 리스크로 꼽힌다. 김 행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한 대출에서 상환 여력이 있거나 담보물이 우수한 대출, 매출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 등 정상 여신으로 분류된 것이 대부분이고 잠재 부실 여신 업체로 간주되는 게 14% 정도 된다”며 “이 대출이 부실로 이어지지 않게 주기적으로 기업을 방문하고 매출액 추이를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부합하는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수협은행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해양 플라스틱 제로 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독도사랑카드’ ‘어촌복지예금’ ‘보고싶다 명태야 적금’ 등 공익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Sh해양플라스틱제로 예·적금’은 출시 1년 만에 가입자가 11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가 높다.
김 행장은 올해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성과를 내는 데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수협은행은 3분기 누적 세전 당기순이익이 2,4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7억 원(17.6%) 증가했다. 총자산은 9.2% 늘어난 57조 3,980억 원으로 집계됐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49%를 달성하는 등 건전성 지표도 개선되는 추세다.
공적 자금 상환을 위해 실적 개선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모회사인 수협중앙회는 2001년 정부로부터 1조 1,581억 원의 공적 자금을 수혈받았고 2016년 신용 사업 부문을 떼어내 설립한 수협은행이 공적 자금 상환을 맡고 있다. 현재 전액 상환까지 8,183억 원이 남았다. 김 행장은 1년 전 취임사에서 수익 기반을 확대해 임기 중에 공적 자금을 상환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행장은 “지속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경영 목표 중 하나”라며 “시장에서 큰 은행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지만 우리들의 노력이 현장에 있는 어업인에게 조금이라도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밥값’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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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충남 부여 △1989년 충남대 수학과 졸업 △1992년 수협중앙회 입회 △2009년 수협중앙회 감사실 일상감사팀장 △2013년 수협중앙회 압구정역지점장 △2015년 수협은행(신용 사업 부문) 충청지역금융본부장 △2016년 Sh수협은행 경인지역금융본부장 △2018년 Sh수협은행 기업그룹 부행장 △2019년 Sh수협은행 경영전략그룹 수석부행장 △2020년~ Sh수협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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