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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갚자는 文, 지원금 주자는 李…초과세수 '동상이몽'

이재명 "1인당 50만원 추가 지급"

文은 "채무상환 재정건전성 기여"

엇갈린 셈법에 李 '靑패싱' 해석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김원웅 광복회장 등을 예방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초과 세수를 토대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인당 30만~50만 원의 금액에 이어 재원까지 한꺼풀씩 꺼내놓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일부를 국가 채무 상환에 쓰겠다고 했고, 초과 세수로 최대 26조 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추가경정예산안과 본예산 어느 쪽을 활용하기에도 녹록지 않는 상황이어서 명확하게 지급 시점을 밝히지 못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1일 이 후보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들끼리의 논쟁, 또 관료와 정치인 간의 논쟁은 반드시 학술적 이론과 근거에 따라 하는 것은 아니다. 판단·결단의 문제”라며 “민생 현장이 너무 어렵고 초과 세수도 있어 합리적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31일에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추가로 최하 30만∼50만 원은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15조 6,000억 원에서 26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올해 초과 세수는 10조 원+α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내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올해 국세 수입을 314조 3,000억 원으로 계획했으나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 예측안보다 8조 7,000억 원 웃도는 323조 원으로 전망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이날 “연말까지 추가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10조 원 정도 더 걷힐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더 걷힌 세금으로 지원금을 주자는 이 후보의 발언은 문 대통령의 생각과 차이가 있다. 국가재정법상 국세 수입의 40%는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배정해야 한다. 또 소상공인 손실 보상 재원(1조 4,000억 원)과 유류세 20% 인하(4,000억 원)에 이미 초과 세수를 쓰기로 했고 관광업 등 손실보상법 대상이 아닌 업종 맞춤형 지원 대책에도 추가로 투입된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하고 남게 될 2조~3조 원으로 나랏빚을 갚는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정부는 최근 국채 시장 불안을 고려해 올해 적자국채 발행 한도를 축소하는 안과 긴급 바이백(조기 상환) 모두 검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추가 확보된 세수를 활용해 국민들의 어려움을 추가로 덜어드리면서 일부를 국가 채무 상환에 활용함으로써 재정 건전성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재난지원금 계획이 청와대와 전혀 교감이 없었던 ‘패싱’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및 한·영 정상회담을 위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영국 글래스고국제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당론으로 강행하더라도 방법은 마땅치 않다. 올해 3차 추경을 편성하는 방법이 있으나 연내 집행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다음 해 본예산이 제출된 후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사례는 2001년 10월 23일, 2003년 10월 2일, 2005년 9월 30일, 2020년 9월 11일 등 총 네 차례뿐이다. 물론 올해 초과 세수에 따른 세계잉여금에다 적자국채를 발행해 내년 초 추경을 편성하는 안도 있다. 단 1월부터 추경을 한 전례는 없어 3월 선거 전 지급이 어렵다. 여당이 지난해 본예산에 자영업자 지원금을 넣어 증액한 것과 같이 재난지원금 일부를 내년 본예산에 집어넣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보편 지원금에 대한 반대 신념이 강해 충돌이 불가피하다. 홍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기에는 적절하지 않으니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현안 언급이 적절하지 않은 자리라는 이유를 댔지만 내심 불편한 기색을 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꼭 해야 할 명확한 이유도 없고 그 돈이면 더 필요한 복지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일시적 기본소득이나 비효율적이고 포퓰리즘에 가까운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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