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자동차 전자장치(전장) 시장이 7년 뒤 지금의 6배에 달하는 800조원대로 고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대규모 전문 인력 흡수에 나섰다. LG전자는 전장 사업을 ‘뉴 LG’의 핵심 축으로 삼고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한편 글로벌 기업과 합종연횡도 강화할 방침이다.
3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세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e파워트레인·조명 시장 규모가 현재 143조원에서 2028년 837조원으로 급격히 커질 것이라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다. 전기 모터와 인버터, 감속기 등 전기차 구동 관련 부품을 일컫는 e파워트레인 시장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이 33.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고, 인포테인먼트와 차량용 조명 시장도 각각 연평균 8.7%, 4.9%씩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LG전자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우선 인수합병(M&A)과 합작 등에 활발히 나서며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LG전자는 2018년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 회사 ZKW 인수를 시작으로, 올 7월에는 캐나다 유력 전기차 부품 회사 마그나와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라는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올 9월에는 이스라엘 자동차 보안 관련 업체 사이벨럼을 인수해 SW 역량 강화도 모색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전장 부문에서 추가 M&A에 나서기 위해 여러 회사를 후보로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내부적으로는 전문가를 대폭 늘릴 방침이다. LG전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수시로 VS사업본부 경력직 채용에 나서고 있다. 올해 사업본부 내 약 30개 분야에서 채용 공고를 낼 만큼 직군도 다양하다. 자율주행 카메라와 이미지신호처리장치(ISP) 등 하드웨어 모듈과 부품은 물론 통신 모듈(텔레매틱스) 등에 활용할 소프트웨어 등을 망라한다.
국내 자동차 생태계와 협력도 늘리고 있다. LG전자는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 현대자동차 수요에 대응할 태스크포스(TF) 팀을 ‘VS스마트연구소’ 안에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회사 ZKW의 국내외 근무자는 지난해보다 500명 이상 증가한 1만164명으로 채용 규모가 전년비 6%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LG전자 전장사업이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와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수익성 위주 질적 수주가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최근 설립된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도 내년 수익성 확대에 본격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LG전자의 활발한 투자는 최근 잇단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볼보와 포드, 스텔란티스와 협력 체제를 구축했고 벤틀리, 포르쉐 자동차에도 제품을 공급하면서 전장 부품 관련 거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프랑스 자동차 회사 르노의 새로운 전기차 메간 E-테크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급했다.
전장사업 부문의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VS사업본부가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초 올 4분기 흑자전환이 예상됐지만 자동차 반도체 부족과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급망 불안으로 시기가 다소 이연됐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흑자전환 지연 가능성에 직면했지만, 수주 잔고의 양과 질을 고려할 때 공급 부족이 다소 완화되면 장기 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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