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헌신과 협력에 대한 위로와 보상 차원에서 추가 지원이, 일반적 지원이 또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10월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코로나 19 국면에서 추가로 최하 30만∼50만원은 지급해야 한다.”(10월31일, 이 후보)
“충분히 대화하고 또 국민 여론이 형성되면 그에 따르는 게 국민주권 국가의 관료와 정치인이 할 일이다. 초과 세수도 있어 합리적 결론에 이를 수 있다.”(11월1일, 이 후보)
“당장 재정은 여력이 없다.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막 뒤진다고 돈이 나오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11월3일, 김부겸 국무총리)
“예산은 언제나 부족하다. 선후경중을 결정하는 것이 예산 정책이다.”(11월3일, 이 후보)
“총리가 원천적인 반대를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정 협의와 국회 협의로 접점이 찾아질 것으로 믿는다.” (11월4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재정 당국의 반대가 예상되지만, 정치의 유불리를 따지며 쉽게 물러서거나 타협하지 않겠다. 국민의 뜻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11월5일, 이 후보)
“전 국민 보편 지급 이후에 너무나 많은 소모를 치렀다. 국회에서 정말 장시간 토론을 해야 한다. 결국은 국민의 귀한 세금을 가지고 집행을 하는 것이다.”(11월5일 김 총리)
“여러 여건을 본다면 전국민 한테 드리는 방식 보다는 맞춤형으로 필요한 계층과 대상에 대해 집중해서 드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11월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선거의 계절, 또 다시 전 국민 지원금이 찾아왔습니다. 약 열흘 간 나온 당정청 핵심 인사들의 발언입니다. 강력한 여당 대선후보가 밀어붙이는 만큼 3차 국민지원금 가능성도 없진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 ‘곳간지기’인 홍 부총리도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지난 6월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때도 재난지원금을 두고 노출됐던 파열음이 5개월 만에 그대로 재연될 조짐입니다. 지난해 4월에는 여당 주장대로 100% 지급했고, 올해 6월에는 홍 부총리가 방어해 가구 소득 하위 88%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1:1 상황에서 제3라운드를 맞았습니다.
일단 문제는 돈입니다. 1인당 25만원이라면 13조원, 50만원일 경우 26조원의 재원을 마련해야 해 추가 빚을 내지 않고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만약 민주당이 당론으로 강행한다면 물리적으로 △연내 3차 추경 편성 △내년 본예산 △내년 초 추경 등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올해 3차 추경은 연내 집행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합니다. 지금까지 추경 중 가장 늦게 제출됐던 사례가 2001년의 10월23일입니다. 이미 11월 중순을 향해 가는 시점에서 사라진 카드라고 봐도 됩니다.
지난해 본예산에 자영업자 지원금을 넣어 증액한 것과 같이 여당이 재난지원금 일부를 내년 본예산에 집어넣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다만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조 원도 아닌 10조~20조원 가까운 예산을 별도로 끼워 넣기는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려면 재난지원금이라는 새 비목을 만들어야 하는데 증액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두 자릿 수 예비비를 만들 수도 없습니다. 앞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최대 이슈로 예상되지만 뾰족한 답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매표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해왔던 국민의힘은 5일 이 후보의 전 국민 지원금 추진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유권해석을 의뢰했습니다. 여당 대선 후보의 정책 제안을 정부 측에서 검토하는 행위 자체가 선거 중립을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가장 현실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올해 초과 세수에 따른 세계잉여금에다 적자 국채를 발행해 내년 초 추경을 편성하는 방안입니다. 당청 입장에서는 그나마 가장 손쉬울 수 있는 방법입니다. 단 1월부터 추경을 한 전례는 없고, 3월 선거 전 지급이 어렵습니다. 보편 지원금에 대한 반대 신념이 강한 홍 부총리 성격상 쉽게 동의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재정 악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연초부터 빚을 내기도 부담스럽습니다. 그래도 지난 4월 총선에서 전 국민 지원금의 달콤한 맛을 봤기 때문에 여당이 재난지원금을 주겠다는 발표만이라도 대선 투표 전에 한다는 목표를 가질 수 있습니다.
올해 계획보다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세수 규모는 10조~20조원입니다. 이 후보는 이 초과 세수를 토대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초과 세수 일부를 국가채무 상환에 쓰겠다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과는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국가재정법상 국세 수입의 40%는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배정해야 합니다. 또 소상공인 손실 보상 재원(1조 4,000억 원)과 유류세 20% 인하(4,000억 원)에 이미 초과 세수를 쓰기로 했고, 관광업 등 손실보상법 대상이 아닌 업종에 대한 맞춤형 지원 대책에도 추가로 투입됩니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하고 남게 될 2조~3조 원으로 나랏빚을 갚는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입니다.
국가채무는 내년에 1,000조원을 돌파하고, 2030년에는 2,200조원에 육박할 전망입니다. 정부도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라는 점을 인지하면서 코로나 19 위기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위기가 통제되면 재정도 안정화 기조로 가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일반 가계에서 예정 없던 보너스를 받았다고 펑펑 다 쓰진 않죠. 물론 소고기도 사 먹겠지만 대출이 많다면 일부 빚을 갚을 것이고, 저축도 합니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호황 덕에 세수가 예상보다 늘어났다면 이는 국민들이 낸 세금이 더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미래는 나 몰라라 하고 펑펑 더 쓸까요. 아니면 빚도 좀 갚고 어려운 소상공인 분들을 도와드릴까요. 선택은 국민들의 몫입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