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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기사들 불안심리에 사재기"…정부 또 손놓고 있다 '국민 탓'[요소수 대란]

■긴급수급조정조치 발동…'마스크 대란' 이어 두번째

승용 10ℓ·화물차 30ℓ 구매제한

판매처도 당분간은 주유소로 한정

수입판매업자 매일 재고 신고해야

"큰 화물차 60ℓ필요" 기사들 분통

위기관리 실패로 '국민 피해' 커져


정부가 연말까지 승용차 한 대당 요소수 구매를 최대 10ℓ로 제한한다. 화물·승합차 및 건설기계도 한 번에 최대 30ℓ까지만 구매할 수 있다. 요소수 품귀에 따른 물류 대란 등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궁여지책이지만 정부가 위기관리 실패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요소·요소수 긴급수급조정조치안을 의결했다. 연말까지 요소수의 판매처와 판매량을 제한하는 것이 이번 조치의 핵심이다. 앞으로 승용차는 대당 10ℓ까지, 화물차·건설기계·농기계 등은 대당 30ℓ까지 주유소에서만 요소수를 살 수 있다. 다만 이는 회당 판매량으로 정부는 판매 횟수까지 제한하지는 않았다.

전국에 요소수 품귀 사태가 빚어져 군 당국이 군 비축용 요소수를 민간에 대여한 11일 오후 인천시 중구 한 주유소에서 트럭 운전사가 자신의 트럭에 요소수를 넣고 있다. /연합뉴스




요소수 생산·수입·판매업자는 재고량과 판매량 등을 다음 날 정오까지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구매한 차량용 요소수를 제3자에게 재판매하거나 국외로 수출해도 안 된다. 수입업자는 향후 2개월간 예상 수입량도 신고해야 한다. 김법정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근마켓 등 중고 시장을 통해 선의로 요소수를 셰어(나눔)하고 기부하는 행위는 판매가 아니기 때문에 허용할 예정”이라면서도 “큰 단위로 폭리를 취하는 행위는 물가안정법에 따라 처벌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로 들여오는 공업용 요소·요소수에 대한 관세도 현행 최고 6.5%에서 0%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2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수입 신고하는 공업용 요소·요소수는 관세 부담 없이 국내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무관세 적용 기간은 향후 시장 수급과 가격 동향을 고려해 연장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긴급수급조정조치로 화물 업계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화물 트럭 기사 A 씨는 “정부가 나서 요소수를 공급한다고 했지만 가격이 폭등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다들 한 통이라도 더 생기는 대로 재고로 쌓아두고 있다”며 “필요에 따라 정상적으로 공급이 이뤄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마스크 대란 때와 다른 게 뭐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설명




서울, 전남 완도, 강원 평창 등을 오가는 트럭 기사 양 모(55) 씨는 “한 번 운행할 때마다 요소수가 한 통 정도 드는데 매번 운행 구간이 달라 고정 거래 주유소도 없다”며 “요소수를 준다는 주유소를 찾아 한참을 돌아가서 기다렸다가 넣으면서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와 서울을 오가는 트럭 기사 설 모(50) 씨는 “(요소수가 없어서) 운행을 하다가 차가 멈춰버리면 농산물은 썩어버리기 때문에 모두 물어줘야 한다”며 “한 통에 20만 원에 파는 걸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해 초 ‘마스크 대란’ 때와 마찬가지로 요소수 품귀 현상의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는 모양새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항구에 대기 중인 요소를) 요소수로 만들면 8만 톤이고 이것만 풀려도 원래 두 달 치는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국민들이 불안 심리 때문에 사재기를 하고 유통업자도 구매를 막아놓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위기관리에 실패하고 ‘뒷북 대응’으로 사태를 키워놓고 긴급수급조정조치로 국민에게 희생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요소 수출제한 조치와 관련된 상세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며 “외교부뿐 아니라 정부 내 관련된 모든 부처가 이런 문제에 대해 다시 총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큰 화물차에는 요소수가 최대 60ℓ까지 들어가는데 30ℓ로 구매량을 제한한 것은 정부가 똥오줌을 못 가릴 정도로 정신이 없는 것”이라며 “이미 국내 재고 물량이 많이 빠져나가서 안정화 국면까지는 반 년 이상 걸릴 것이고 최악의 경우 배기가스저감장치(SCR)를 무력화하는 방안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전략물자의 수입선을 미리 다변화해 놓았으면 좋았겠지만 지금 와서 얘기해봐야 소용없다”면서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단기적으로 매점매석을 막되 장기적으로는 외국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업체의 생산을 지원해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가 신속한 요소수 국내 도입을 위해 호주에 급파한 군 수송기가 이날 오후 김해공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산업부와 KOTRA가 도입 가능한 해외 요소·요소수 물량을 발굴하던 중 현대글로비스 호주 법인이 2019년부터 거래를 이어오던 호주 최대 요소수 생산 기업 정보를 공유하고 현지 계약과 유통을 밀착 지원한 결과다. 이번에 들여온 차량용 요소수 물량은 총 2만 7,000ℓ로 구급·물류·수송 등 국민 생활 필수 분야에 우선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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