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금리를 대폭 내리는 대신 고신용자 대출금리는 올렸다. 금융 당국의 총량 규제를 준수하면서 중금리 대출을 늘리려다보니 그간 빚을 잘 갚아온 고신용자를 되레 역차별하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케이뱅크는 11일 주요 대출 상품인 ‘신용대출’ ‘신용대출 플러스’ ‘마이너스통장’ 등 3종의 금리를 조정했다. 케이뱅크는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중·저신용자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가 정의하는 중저신용자는 양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점수 820점(1,000점 만점) 이하 차주를 말한다.
상품별로 보면 신용대출 금리는 전날 연 2.99~11.83%에서 이날 연 3.38~9.53%로 변동했다. 이에 따라 최저 금리는 3%를 넘어섰고 최고 금리는 10% 밑으로 내려갔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위해 고신용자 대상으로는 금리를 소폭 인상했다는 게 케이뱅크의 설명이다. 금융 당국은 올해 은행들의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를 6%대로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금리 대출 비중을 끌어올려야 하는 또 다른 숙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케이뱅크는 연말까지 중금리 대출 비중 21.5%를 달성해야 한다. 2분기 말 기준 15.5%를 기록하고 있다. 이달 말 3분기 말 기준으로 재공시할 예정이다.
목표를 6%포인트가량 미달하고 있는 케이뱅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난 6일부터 고신용자 대상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중단했다. 이번에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 역시 3.48~9.35%에서 3.67~9.80%로 사실상 올렸다. 마이너스통장은 직업이 확실한 고소득 직장인이 주로 비상용으로 가입한다. 케이뱅크는 근로소득자(직장인)가 아닌 차주를 대출 대상으로 포함한 신용대출 상품인 신용대출 플러스의 경우 중저신용자 고객군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최대 3.27%포인트까지 금리를 낮췄다. 신용대출 플러스 금리는 5.02~13.04%에서 3.58~9.86%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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