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유가·고물가의 3고(高) 현상이 한국 경제를 덮치고 있다. 지난 2008년·2012년과 달리 2021년 3고 현상은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며 복합적인 위기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3고 현상이 장기화되면 기업과 가계의 비용 부담이 커져 투자와 소비 모두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위기에도 비교적 빠른 회복 속도를 보였던 우리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수입물가지수는 130.43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8% 올랐다. 2008년 10월 이후 13년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수입물가지수가 이처럼 폭등한 것은 무섭게 오르는 국제 유가의 영향 때문이다. 10월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81.94달러로 전달보다 8%나 뛰었다. 시중금리도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이날 1.947%로 올 들어 1%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국민은행 6개월 변동 상품 기준 3.45~4.65%, 고정금리 상품은 최고 5.16%까지 뛰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시중금리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10월 3%를 넘어선 소비자물가는 서민 경제를 압박한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도 같은 기간 6.2% 올라 30년 만에 최고 오름폭을 기록한 상황에서 금리와 물가 상승세는 더 가파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금리와 물가 급등에 따라 취약 계층의 고통이 커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금리와 고물가를 수요 개선에 따른 경기회복 신호로 볼 수도 있지만 최근의 물가 상승이 민간 소비보다는 공급망 병목에 따른 공급 충격이라는 점이 부정적이다. 금리 인상 역시 물가 상승에 대한 일종의 ‘처방전’ 성격이 강하다. 3고 현상에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며 달러 유출이 일어날 경우 그나마 안정세를 보였던 환율까지 급등(원화 가치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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