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 중인 스티브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GM의 전동화 전략에 맞춰 한국 공장에도 전기차 물량이 배정될지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고용 유연성 등이 확대되지 않으면 어렵다는 의미다.
1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키퍼 부사장은 최근 국내 자동차 산업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한국에서 고용 유연성 확대와 노동 생산성 향상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추가 투자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GM은 국내에서 매년 반복되는 노조의 파업과 사내 하청 근로자들의 연이은 불법 파견 관련 소송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키퍼 부사장과의 만남에 참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소송에서 질 경우 비용 부담이 발생해 추가 투자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날 인천 한국GM 본사에서 진행된 미래 성장 간담회에서도 키퍼 부사장은 “현재로서는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 없다”며 한국 내 추가 물량 배정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당장 별도의 생산 계획을 논의하기보다는 트레일블레이저의 글로벌 시장 안착과 오는 2023년으로 예정된 신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출시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트레일블레이저의 판매를 유지하고 신형 CUV를 성공적으로 출시한다면 한국GM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한국GM은 2025년까지 국내 시장에 새로운 전기차 모델 10종을 출시한다는 계획도 함께 전했다. 다만 추가 투자 계획이 없는 만큼 신차는 전량 해외에서 수입한다. 전기차 외에 제품 판매 라인업도 확대한다. 내년 1분기 쉐보레 플래그십 모델 ‘타호’를 선보이고 풀사이즈 픽업트럭 GMC 시에라도 공개할 계획이다. 다만 미래차 연구개발(R&D) 측면에서는 R&D 조직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의 글로벌 전기차 프로그램 전담 엔지니어 인력을 2023년 현재의 2배로 늘리겠다고 전하며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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