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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계빚 규모·증가속도 '우울한 세계 1위'

국제금융협회 세계부채 보고서

2분기 GDP대비 가계부채 104.2%

1년새 6%P↑...기업부채도 최상위권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모습./연합뉴스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가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세계 약 40개 주요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 속도 역시 코로나19 발생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빨랐다. 가계 부채의 이 같은 위험 신호를 고려할 때 전방위적으로 가계대출을 조이는 금융 당국의 현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세계 37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4.2%로 가장 높았다. 가계 부채 비율이 100% 이상 나오면 가계 부채 규모가 GDP를 넘어섰다는 뜻이다. 조사 대상 국가 중 가계 부채 규모가 GDP를 웃돈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홍콩이 92.0%, 영국이 89.4%, 미국이 79.2%로 뒤를 이었다. 태국(77.5%), 말레이시아(73.4%), 일본(63.9%), 유로 지역(61.5%), 중국(60.5%), 싱가포르(54.3%)가 10위 안에 들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가계 부채의 증가 속도 또한 우리나라가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가계 부채 비율(104.2%)은 지난해 2분기(98.2%)에 비해 일 년 새 6.0%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홍콩이 5.9%포인트, 태국이 4.8%포인트, 러시아가 2.9%포인트 상승했다. IIF는 보고서에서 “주택 가격 상승과 함께 글로벌 가계 부채가 올해 상반기에만 1조 5,000억 달러 늘었다”며 “이 기간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거의 3분의 1에서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높아졌는데 특히 한국·러시아 등에서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이나 증가 속도도 최상위권이었다. GDP 대비 한국 비금융기업의 부채 비율은 115.0%로 홍콩(247.0%), 중국(157.6%), 싱가포르(139.3%), 베트남(125.0%)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았다. 일 년 사이 증가세도 7.1%포인트(107.9%→115.0%)로 집계됐다.

문제는 가계 부채가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다 향후 금리가 인상되면서 이자 부담이 더 커지고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내년 초 추가로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기준금리가 지난 8월에 이어 연내 추가로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2020년 말과 비교하면 5조 8,000억 원 증가한다. 1인당 연 이자 부담은 지난해 말 271만 원에서 301만 원으로 껑충 뛰게 된다. 늘어난 이자 부담에 지갑을 닫을 경우 한국 경제 성장도 주춤하게 된다.

급증하는 가계 부채를 잡기 위해 금융 당국이 내년에도 현재와 같은 가계대출 규제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대출 조이기로 은행들이 각종 대출의 우대금리를 한시적으로 폐지해왔는데 내년에는 어떻게 할지 결정된 게 없다”며 “최소 내년 초까지는 깐깐한 대출 취급이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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