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기관의 순매수로 약 2주 만에 코스피가 3,000선 탈환을 눈앞에 두는 등 증시에 순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최근 증시에서 소외됐다는 반도체·바이오 등 ‘낙폭 과대’ 대형주에 집중됐다. 하지만 외국인·기관·개인 등 투자 주체별로 선호하는 업종은 크게 엇갈렸는데 외국인·기관은 반도체와 대형 게임주를, 개인은 바이오와 2차전지 등을 선택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0.72포인트(1.03%) 오른 2,999.52로 거래를 마치며 3,000선 복귀를 눈앞에 뒀다. 코스닥도 19.96포인트(1.98%) 큰 폭으로 오르며 1,029.03으로 마감됐다.
코스피는 지난 2일 3,013.49로 거래를 마친 후 9거래일 연속 3,000선을 밑돌고 있지만 최근 2거래일간은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세가 이어지며 매일 1% 이상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달 12일과 이날 이틀간 각각 8,319억 원, 1조 113억 원을 순매수하며 증시를 끌어올렸다. 반면 개인은 1조 8,552억 원치를 팔아치웠다. 이날도 외국인·기관은 코스피를 도합 8,000억 원가량 순매수했다.
매수 종목을 살펴보면 외국인과 기관은 모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대표 반도체주로 자금이 집중되는 모습이 뚜렷했다. 기관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를 총 6,760억 원치 순매수했는데 최근 2거래일 동안 이중 절반에 이르는 3,089억 원치를 사들였다. SK하이닉스의 매수 비중은 비교적 낮아 이달 2,456억 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SK하이닉스의 선호도가 더 높았는데 특히 이날 하루에만 1,681억 원치를 순매수해 눈길을 끌었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이날 전 거래일 대비 4.23% 오른 11만 1,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올 8월 이후 약 3개월 만에 종가 기준으로 11만 원을 회복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 투톱 기업의 주가가 펀더멘털 대비 낙폭이 과도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것이 외국인·기관의 매수세를 불렀다는 것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말을 앞두고 디램(DRAM) 현물 가격 하락 속도가 하락하고 있으며 메모리 업황 지표도 우려 대비 괜찮은 상황”이라며 “한국 반도체 수출 역시 견조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메모리 반도체 투자 심리는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외국인과 기관은 중소형 게임주 대비 주가 흐름이 부진한 크래프톤(259960)·엔씨소프트(036570) 등 대형 게임주와 규제 이슈 등으로 하락한 후 주가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카카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등 정보기술(IT) 성장주에 매수세를 집중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바이오 사랑’을 과시했다. 바이오 업종은 올해 수익률이 가장 부진했던 산업 섹터로 꼽힌다. 개인은 올 들어 코스피만 70조 원 이상 순매수하는 등 강한 매수세를 과시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코스피 2조 원, 코스닥 5,000억 원 이상을 순매도하는 등 매도 우위로 돌아선 모습이다. 하지만 바이오 대장주인 셀트리온(068270) 3총사에 대해서는 12·15일 양일간 총 2,000억 원 이상 순매수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가 유럽연합(EU)의 공식 사용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을 기점으로 고가 대비 반 토막이 날 정도로 낙폭이 과다했던 셀트리온 3총사를 적극 매수한 것이다. 그 결과 이날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은 각각 전 거래일 대비 9.13%, 16.15%, 8.42%씩 오르며 거래를 마쳤다.
개인투자자들은 또 ‘흠슬라’로 불리며 관심을 받았던 HMM(011200)도 많이 사들였다. HMM은 운임비 상승의 호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9월까지만 해도 4만 3,000원 선을 웃돌았지만 해양진흥공사의 전환사채 주식 전환 등의 악재를 만나며 주가가 40% 가까이 빠진 상황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급망 차질과 인플레이션 등의 이슈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증시의 가장 큰 호재는 주가가 많이 조정돼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라며 “기업 펀더멘털 대비 낙폭이 과대한 대형주 위주로 접근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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