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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갈등 희생양, 반도체로 안끝나"…韓 제조업 '中거점' 전방위 사정권

[美 제동에…SK, 中공장 첨단화 좌초 위기]  

美, 동맹인 제3국 한국기업에도 칼끝 겨눠

디스플레이·배터리 등 中공장 투자 힘들어

"지금까지 이런 제재 없어…정부, 대응 나서야"





‘시작은 첨단 반도체 장비지만 그 끝은 어디를 향할지 모른다.’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SK하이닉스(000660)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중국 반입 계획을 틀어 막으면서 산업계 전반에 미중 갈등에 따른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 1990년대부터 제조업 기반을 가까우면서도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으로 대거 옮겨왔다. 반도체 같은 첨단 제품은 물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전기차 시대의 전략 물자가 될 배터리 등도 중국에서 생산되는 규모가 상당하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칼날은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을 타깃으로 삼았지만 양국 갈등의 골이 나날이 깊어지면서 동맹국이자 제3국인 한국 기업도 겨누는 모습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첨단화를 계획했던 SK하이닉스 장쑤성 우시 공장은 12인치 웨이퍼 반도체를 생산하는 곳이다. 월 생산량은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월 16만~17만 장 수준으로 알려졌다. 해당 물량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약 15% 수준이다. 경기도 이천에 복수의 반도체 생산 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전체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국내에서, 나머지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중국 우시 공장은 범용 기술화된 공정을 활용해 반도체를 대량 생산하는 곳”이라며 “국내에서도 EUV를 도입한 지 몇 개월 안 됐는데 중국에 바로 보낼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업계는 이 같은 사정을 뻔히 아는 미국이 강력한 규제를 꺼내든 것에 대해 여러가지 추정을 내놓고 있다. 우선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한다는 목적 아래 글로벌 주요 D램 제조사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SK하이닉스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행동으로 분석된다. 현재 SK하이닉스와 함께 D램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와 마이크론은 각각 한국(화성·평택) 또는 미국·대만·일본에 D램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도 낸드플래시 공장이 중국 시안에 있지만 EUV 장비를 활용하지는 않기에 이번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를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전략물자로 판단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적진’인 중국에서 D램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에 제동을 걸고 싶어한다는 설명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학회장은 “국내 제조 기업들에 대한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이런 제재는 없었다”며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인 마이크론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닌가 싶고, 무역 규제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정부도 미국과 맞서며 자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미중간 갈등이 더욱 심해질 경우 중국도 자국에 있는 한국 기업을 압박하고 나설 수 있다”며 “국제 통상관계가 얽힌 문제를 일개 기업이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한국 기업은 첨단장비를 한국에서만 운용하는 등의 차선택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관련한 미국 정부의 규제가 국방수권법(NDAA) 등 기존 법안이나 행정명령으로 파악했던 범위 그 이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미중 갈등으로 발생하는 불확실성이 기업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디스플레이나 배터리 등 한국 기업이 중국에 대규모 생산 기지를 지은 업종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특히 올 10월 OLED TV 패널 수요가 급증하는 것에 발맞춰 중국 광저우 공장에 추가로 투자해 생산 역량을 월 3만 장 늘린 LG디스플레이는 불똥이 다른 방향으로 튈지 몰라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해당 사한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온과 LG화학 등 중국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요 배터리 기업들도 이번 사안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을 대신해 적극적인 외교 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백서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비대칭적 기술 혁신 역량 확보를 위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가 차원의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 대한 전략적 예측과 심층 분석을 진행할 필요가 있으며 과학 및 외교 주무 부처가 공동으로 대응하는 등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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