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한국 진출 5년만에 구독료를 인상했다. 경쟁자인 디즈니+가 국내 출시 한 시점에서 가격 인상에 나선데 대해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한국 투자를 늘리고 있는 넷플릭스가 국내 사용자들에게 투자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8일 넷플릭스는 기존 월 1만2,000원인 ‘스탠다드’ 요금제를 1만3,500원으로, 기존 1만4,500원이던 ‘프리미엄’ 요금제는 1만7,000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가장 저렴한 베이식 요금제 가격은 기존과 같은 9,500원이다. 변경된 구독료는 이날부터 적용된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작품의 양적, 질적 수준을 올리고 한국 콘텐츠에 지속 투자할 수 있도록 구독료를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요금을 올린 것은 지난 2016년 공식 진출 이후 처음이다. 넷플릭스측은 요금 인상에도 미국·일본보다는 구독료가 저렴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스탠다드 구독료는 13.99달러(1만6,494원), 일본은 1,490 엔(1만5,417원)이다. 프리미엄의 경우 미국은 17.99달러(2만1,210원), 일본은 1,980엔(한화 2만488원)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5년간 해외에서는 2차례 가량 가격 인상이 있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디즈니+가 국내 출시한지 일주일이 채 안 된 시점에서 넷플릭스가 가격 인상에 나선 데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디즈니+는 넷플릭스 프리미엄과 같은 수준의 4K·4인 공유 서비스를 월 9,900원, 연간 9만9,000원에 제공한다. 디즈니+가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와중 넷플릭스는 도리어 가격 인상으로 대응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즈니+가 생각보다 위협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디즈니+ 일 사용자(DAU·안드로이드 기준)는 출시 첫날인 지난 12일 38만 명을 기록했지만, 지난 15일에는 32만 명으로 하락했다. 이 기간 넷플릭스 DAU는 219만 명에서 221만 명으로 도리어 늘었다.
국내 투자를 늘린 넷플릭스가 가격 인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조삼모사’ 행태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넷플릭스는 올해만 5,500억 원을 국내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한국 이용자가 국내 콘텐츠 투자의 짐을 지는 구조”라며 “국내 콘텐츠 생태계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 ‘상생’하고 있다는 넷플릭스 주장이 무색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용자들에게 사전 공지 없이 갑작스럽게 요금을 인상했다는 점도 비판받는 요소다. 넷플릭스는 이날부터 요금인상을 적용해, 신규 가입자는 즉시 인상된 요금을 적용받게 된다. 기존 가입자들도 이날부터 30일이 지난 후 결제일부터는 자동으로 인상된 금액을 내야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전 공지 기간이 없어 이용자 반발이 거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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