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강원 동해시에 위치한 LS전선 동해 공장. 동해 공장 직원들은 최근 밀려드는 해저케이블 주문량을 소화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해저케이블은 바다 밑에 설치하는 전선이다. 최근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가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관심을 끄는 가운데 발전기와 변압기, 섬과 육지를 하나로 잇는 LS전선의 해저케이블이 업계 안팎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해저케이블의 핵심 구성 요소는 전력을 전달하는 구리 또는 알루미늄 선이다. 하지만 이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케이블이 바다 아래 설치되는 만큼 각종 오염과 부식을 막으면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소재 및 부품 결합 기술이 갖춰져야 한다. LS전선은 100% 토종 기술로 이 케이블을 만들어낸다.
기술은 국내는 물론 여러 나라에서 인정받아 아시아 해저케이블 제조 분야 1위, 세계 4대 해저케이블 메이커 자리에 올랐다. 매출도 오름세다. 올 3분기 LS전선의 누적 매출은 4조 5,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나 오르는 등 실적이 매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날 방문한 LS전선 동해 공장의 핵심인 해저케이블 생산 기지는 21만 6,900㎡(약 6만 6,000평) 면적에 총 3개 동으로 이뤄졌다. 해저케이블 생산 라인 내부에 일정하게 배열된 장비들은 분주한 소리를 내면서 전선을 만들고 있었다.
마치 국수 가락 같은 수십 개 구리선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여러 원통 기계 속에서 꽈배기처럼 꼬여서 한 가닥의 굵은 선으로 만들어지는 모습은 마치 직조기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공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치는 ‘턴테이블’이다. 완성된 케이블은 마치 뱀이 똬리를 틀 듯 원 모양으로 차곡차곡 쌓이면서 선적을 기다린다. LS전선 관계자는 “최대 1만 톤 무게의 해저케이블을 쌓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선적 시간이 다가오면 턴테이블에 켜켜이 쌓여 있던 선들은 ‘갱웨이’라는 약 500m 길이의 통로를 따라 동해항에 정박한 선박으로 이동한다. 케이블은 미국·카타르·네덜란드 등 다양한 국가로 건너가 세계의 혈관 역할을 한다.
이욱 LS전선 차장은 “이렇게 해저케이블을 만드는 과정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까지 걸린다”고 밝혔다.
LS전선의 도전은 계속된다. 동해 공장 한 편에서는 새로운 해저케이블 생산 설비인 4공장 건설로 생산 능력 확대를 노린다. 신규 사업장은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4공장 운영으로 LS전선은 생산 능력이 지금보다 1.5배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차장은 “최근 해저케이블 시장이 커지면서 인력이 많이 필요해지자 강원 지역 청년 채용도 많이 늘리는 추세”라며 “‘맨땅에 헤딩’하듯 동료들과 도전한 해저케이블 사업이 어느덧 아시아 최고가 돼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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