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세 수입이 343조 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할 전망이다. 정부가 국회에 내년 예산안을 제출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당정은 유례없이 세입을 4조 원 늘려 잡았다. 동시에 여야는 정부가 제출한 604조 4,000억 원에서 3조 원 순증한 총 607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잠정 합의했다. 올해 19조 원의 초과세수를 만든 ‘역대급’ 세수 추계 오류에다 이례적으로 국회에서도 고무줄처럼 늘리면서도 확장 재정을 위해 수입을 확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예산 협의를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내년 국세 수입 예산은 기존 338조 6,000억 원에서 4조 원 상향돼 343조 원이 된다. 이 회의에 참석한 핵심 관계자는 “세입 예산을 4조 7,000억 원 증액하고, 세출 예산을 정부 제출 범위 내에서 5조 6,000억 원 감액하기로 했다”며 “총지출은 정부 제출안보다 3조 원가량 확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올 하반기 4조~5조 원 정도의 세정 지원 효과를 반영해 내년 세입 예산을 짰다고 밝힌 바 있어 내년으로 넘어가는 세수가 크게 더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부가가치세·종합소득세·주세 등의 납부 유예 규모가 많아졌고 종합부동산세 세수가 크게 늘면서 분할 납부하는 점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세수 규모는 더 커지지만 증가율은 낮아진다. 애초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당시 314조 3,000억 원보다 7.8% 많게 짰는데 올해 333조 원까지 걷히면서 3%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납부 유예를 고려해도 3개월 만에 세입을 고친 적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논란도 뒤따른다. 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등장 등으로 내년에도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당장 지출을 늘리려고 무리하게 세입을 건드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경우 종소세와 부가세 등의 납부 유예 규모를 6조 2,000억 원으로 추산하면서 내년 국세 수입을 340조 9,000억 원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올해는 323조 원으로 10조 원이나 낮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내년에 들어올 세수가 올해 들어왔는지, 올해 초과세수를 반영해 내년 세수를 재추정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증액한 규모가 얼마나 현실적인 숫자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정은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12월 2일)을 앞두고 세입을 확대하면서 세출도 늘렸다. 통상적으로 국회에서 예산 심의는 대개 삭감하고 줄인 범위 내에서 증액했는데 수입을 늘린 만큼 더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에 올해 예산을 처리할 때도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10년 만에 순지출을 2조 원 늘린 바 있다. 2년 연속 정부 제출안보다 총지출 규모가 커지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내년에도 77조 6,000억 원의 적자 국채를 찍을 예정인 만큼 세입을 높이더라도 나랏빚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약 2조 원을 지방교부세 교부 등에 활용하고 △국채 발행 축소 △소상공인 손실보상 및 비대상 업종에 대한 저리 융자, 금융 지원 △방역 의료 예산 △보육 취약 계층에 대한 민생 현안 지원 등에 우선 사용하기로 뜻을 모았다. 최대 쟁점이었던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요구한 대로 올해 수준(21조 원) 이상인 총 30조 원어치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15조 원은 국비와 지방비, 나머지 15조 원은 지방비로 충당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에는 약 6,000억 원의 관련 예산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손실보상지원금 하한액은 현재 1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높이는 데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한액 인상을 위해 편성한 예산은 약 7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여야는 2일 본회의를 개의해 예산안과 17개 세입 예산 부수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법정 시한 이내에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될 전망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