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창업 기업의 생존률은 약 20%밖에 안됩니다. 저도 학생 창업가이지만 학업을 병행하며 도전하는 것이 정말 힘들면서 보람이 있습니다.”
‘제1회 대학 기업가 정신 토크 콘서트’ 고려대편에서는 15명 가량의 교수·학생 창업가와 예비 창업가가 정진택 고려대 총장 등에게 저마다의 고민과 제언을 쏟아냈다.
자칫 ‘학생 창업이 스펙쌓기용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소연 피씨엘 대표(고려대 융합연구원 교수)는 “학교가 일종의 창업 샌드박스이긴 하지만 준비 안된 사람이 많이 창업해 그런듯 하다”며 “정부와 대학의 지원도 초기 창업에 치우쳐 있다. 단계에 맞게 지원을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학교 또는 벤처기업 등에서 다양하게 경험을 쌓은 뒤 충분한 수준이 됐을 때 창업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영덕 디캠프·프론트원 대표는 “창업 성공률 20%면 높은 수치라고 본다”며 “물론 창업하지 말아야할 팀들이 창업하는 경우도 있으나 주저하지 않고 질러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5개 스타트업을 창업한 정석 고려대 크림슨창업지원단장은 기술 기반의 교수 창업 못지 않게 아이디어 기반의 학생 창업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교수들은 1억원 규모의 과제를 수주해도 성과물이 별로 없다”며 “하지만 학생들은 1,000만원만 지원해도 차원이 다른 성과를 만들어낸다”고 비교했다. 현재 고려대에서는 매년 40개 가까운 학생 창업기업이 생기는데 매출이 회사당 1,000만원이 안되는 경우도 많지만 간혹 수 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곳들도 있다.
정 단장은 “학생 창업 지원을 위해 다양한 창업 공간을 마련하고 코칭을 하고 있으나 아직 행정적으로 못 따라가는 부분도 있다”며 “대학원을 중심으로 하는 창업 교육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 학생이 ‘블록체인 창업을 준비 중인데 신청했던 창업 수업이 폐강돼 아쉬웠다’고 지적하자 “창업 전담 교수들이 대부분 겸직을 하고 있어서 그런 문제가 있다. 전임 교수들을 더 모셔 오겠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는 또 다른 학생이 “로봇 제조업 창업을 준비 중인데 학교의 X-GARAGE가 큰 도움이 되고 있으나 여전히 힘들다”고 하자 “시제품을 미리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 만들어볼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남민우 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은 “지난 30년 간 창업만 하고 살아왔는데 아이디어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좀 막막하다”며 “하지만 저지르는 것이 중요하다. 실행력이 중요하다. 창업은 정답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라고 조언했다. 남 이사장은 평소 페이스북에 ‘닥창(닥치고 창업하라)’는 글을 연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헌정 고대 안암병원 정신과 교수는 “환자를 보면서 연구를 통해 특허를 내고 창업(휴서카디안)을 하게 됐다”며 “국내 의대와 병원에서 평소 환자를 보면서 느꼈던 문제를 바탕으로 창업에 많이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승인 김린 전 고려대 의대 KU-Magic연구원장과 함께 창업한 그는 수면 패턴 등 생체리듬을 관리하며 고혈압, 비만, 우울증 등을 다스리겠다는 포부다.
정 총장은 “호기심을 갖고 본인만의 정답을 찾아 나서고 함께 할 팀을 짜고 실행해야 한다"며 "성공이냐 실패냐를 떠나 모두 성장하는 기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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