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신발 원단 업계 1위인 동진섬유와 경진섬유를 8,000억 원에 패키지로 인수한다. 나이키 등 글로벌 신발 회사와 안정적인 거래 관계를 맺어온 두 기업을 MBK 측이 수년 전부터 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가량 기업 인수가 뜸하던 MBK가 잇달아 대형 투자에 나서며 내년 광폭 행보를 예고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진섬유와 경진섬유 최대주주들은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를 통해 MBK파트너스에 경영권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대상은 동진섬유 최대주주인 최우철 회장의 지분 36.69%와 경진섬유 최대주주 최원석 씨의 지분 50%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등의 지분이며 매각가는 8,000억 원이다.
동진섬유는 창업자 최병길 회장이 지난 1968년 설립해 아들인 최우철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긴 바 있고 최우철 회장의 아들 최원석 씨는 2016년 경진섬유를 설립한 후 경영을 전문 기업인에 맡긴 채 최대주주 지위만 보유 중이다. 동진섬유는 관련 업계 부동의 1위며 경진섬유는 7위권에 있다.
두 회사는 2018년에도 한 차례 경영권 매각 또는 투자 유치를 검토하며 시장에 매물로 나왔으나 무산됐으며 그 후에는 동진섬유가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상장을 추진하다 중단됐다. 이번에 확정한 매각가는 2018년 당시 거론되던 가격과 비슷한 수준인데 두 회사의 매출 및 영업이익이 3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MBK는 기존에 운용하던 ‘블라인드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고 조성한 자금)’를 통해 3,000억 원을 투입하고 5,000억 원은 인수금융을 활용할 계획이다. 인수금융은 미래에셋증권과 KB은행이 주선한다. 인수금융 비중이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두 회사가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어 투자자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동진섬유는 최대 거래처인 미국 나이키 신발 제품의 원단 10%가량을 담당하면서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고 있으며 아디다스도 거래처로 두고 있다. 동진섬유는 별도 유통 경로 없이 나이키 제품 제조사에 직접 납품해 높은 영업 이익률을 유지 중이다. 2008년 베트남에 이어 2019년 인도네시아에도 생산 거점을 마련해 성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해 말 기준 동진섬유의 매출은 1,712억 원, 영업이익은 493억 원을 기록했으며 경진섬유는 매출 261억 원, 영업이익 103억 원을 각각 달성했다. 다만 최근 매출 및 영업익 성장세는 답보 상태여서 증시 상장 대신 매각으로 선회했다는 관측이다.
한편 MBK는 최근 다나와를 4,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한 코리아센터에 투자를 결정한 데다 매각가로 8,000억 원 안팎이 거론되는 티맥스소프트 인수전에도 참여하며 다시 인수합병(M&A) 엔진을 가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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